[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모바일 시대에 다시 부활한 라디오의 반격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아날로그 매체는 이제 가장 스마트한 모바일 콘텐츠와의 상호교류로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았다. 팟캐스트와 라디오의 만남이다.
팟캐스트를 통해 인기를 얻은 개그우먼 송은이와 김숙이 공중파 라디오로 진출했다. 6개월 이상 함께 해온 ‘비밀보장’의 청취자 사이에선 섭섭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지만 송은이는 “우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라며 “두 프로그램은 자매품 같은 라디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라디오 가을 개편을 통해 송은이 김숙에게 퇴근시간대 2시간을 맡겼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 ‘비밀보장’이 높은 인기를 모으자 발 빠른 섭외력을 발휘했다. 두 사람은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라는 프로그램으로 SBS러브FM(103.5㎒)을 통해 오후 6시 5분부터 8시까지 청취자와 만난다.
지난 28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송은이는 “지방 소도시에서 공부해서 서울로 유학가는 기분”이라며 공중파 라디오 입성 소감을 밝혔다.
‘비밀보장’과 ‘언니네 라디오’의 컨셉트는 닮아있다. 청취자들의 고민을 허물없이 해소해주던 팟캐스트의 주요 컨셉트가 라디오로 이동했다. 송은이는 “요즘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것 같다. 고민은 많은데 그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누구나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언니네 집 같은 프로그램이다. 고민을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잘 듣겠다”고 말했다.
취지는 닮아있지만 플랫폼이 달라지니 수위 조절에 신경쓸 것으로 보인다. 김숙은 “두 프로그램은 분명한 차별화 지점이 있다. 팟캐스트는 공중파에서 하지 못 하는 것을 많이 했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욕도 많이 했다”는 장난스런 답변으로 ‘언니네 라디오’에서의 수위 조절을 암시했다.
송은이 역시 “공중파에선 전문가들이 함께 하니 더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 되리라고 본다. 라디오에서 하지 못 하는 사연은 팟캐스트로 가져가 소개할 수도 있다. 자매품 같은 느낌의 라디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팟캐스트에서 하던 대로 하면 아무래도 제작진이 징계를 받으러 가셔야 할 것 같아서 첫 방송 때 넥타이를 선물하려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숙이 실수하지 않는 한 라디오도 팟캐스트도 계속 할 것”이라는 송은이의 이야기에 김숙은 “거친 입담으로 사랑을 받았는데 그 버릇이 남아서 공중파에서 실수할까봐 걱정”이라며 “‘비보’에서도 송은이씨의 눈치를 많이 본다. 언니만 믿는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 감성 매체 라디오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TV와 경쟁하며 오랜 시간 위기를 맞았으나 팟캐스트의 등장으로 다시 활기를 띄게 됐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기존 매체의 제약을 뛰어넘자 다채로운 콘텐츠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졌다. 불특정 다수를 향하면서도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라디오의 특성은 지극히 개인적인 디바이스를 만나며 부활했다. 애초에 라디오가 TV와 경쟁하며 개개인의 소통을 무기 삼아 살아남은 방식이 이어진 셈이다. 전통적인 라디오의 특성이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를 탄생시켰고, 이제 기존 라디오는 ‘팟캐스트’를 통한 기존 미디어의 확장을 모색하는 상황이 됐다.
SBS의 이번 가을 개편을 통해 “오디오 시장으로의 진출”을 기본 방향으로 세웠다. 송은이와 김숙의 영입 또한 그 일환이며, 앞서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모은 두 사람을 공중하 콘텐츠로 활용한 것은 플랫폼 간의 벽을 허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SBS에선 조정식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zine’(월~일 새벽 1:00~3:00)를 통해 팟캐스트를 공략할 예정이며, ‘고릴라 캐스트’를 통해서도 인기 프로그램을 편집 방송해 스마트라디오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를 내보낼 예정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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