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성실하다고 하는데 대학은 왜 그런 델 갔어요?”, “남자친구 있어요? 결혼하면 애는 언제쯤?”, “부모님은 왜 이혼하셨어요?”, “머리숱이 왜 이렇게 없어요?”…
구직자들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 수백대 1의 경쟁을 뚫으려 발버둥치는 을(乙) 들에게 그 순간 최고의 갑(甲)인 면접관들이 기분나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압박 면접이구나…’ 지원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해낸다. 지금까지 부단히 연습해왔다. 그러나 가슴에서는 자꾸 눈물이 난다.
29일 하반기 공채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취업 관련 온라인 카페 게시판이나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따르면 기업의 압박면접에서 수치심이나 모멸감 등 불쾌한 감정을 느낀 구직자들의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단군 이래 가장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 취업 문제가 심각한 요즘, “붙여만 주면 뭐든지 하겠다”는 심정으로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모욕적 질문마저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905명을 대상으로 ‘면접 질문에서 불쾌감을 느낀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에 가까운 지원자(77.6%)가 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쾌감을 주는 질문으로는 ‘역량을 의심, 비하하는 질문’(45.2%, 복수응답), ‘결혼계획, 애인유무 등 사생활을 묻는 질문’(37.9%), ‘가정환경 관련 질문’(30.9%), ‘성별, 나이 등에서 차별적 질문’(30.1%), ‘키, 체형 등 외모 관련 질문’(20.4%) 등으로 다양했다.
지원자들이 불쾌감을 느낀 이유는 ‘채용과 관계없어서’(58.8%, 복수응답), ‘무시하는 것 같아서’(45.6%) 라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불쾌한 질문을 받은 지원자의 94.4%는 해당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관계자 등 일각에서는 지원자의 인내심이나 상황대처능력 등 파악을 위해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압박면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같은 논리 위에서 지원자를 가혹하게 코너에 몰아붙인 뒤 혹 눈물을 보이면 “그렇게 마음 약해서 사회생활 할 수 있겠냐”고 말하는 면접관들의 사례가 생겨난다.
대다수 구직자들은 “역량과 관련 없이 단순히 사람을 자극해 보기 위한 인신 공격, 모욕적이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질문은 압박면접이 아니라 ‘모욕면접’”이라고 지적한다.
구직자의 상황대처 능력, 순발력 등을 테스트한다는 미명 하에 면접관의 어떤 언사든 허용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압박면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격 침해를 경고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면접에서 묻는 질문도 지원자의 인격권 침해 또는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기업과 면접관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압박면접 자체가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유형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면접관들에게는 자신들은 ‘갑’이고 지원자는 ‘을’이란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기 때문에 외모 평가, 인신 공격 등 모욕면접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이 경우 지원자들이 회사에 대해 안좋은 이미지를 오래도록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압박면접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역량에 관련된 난이도 높은 질문만으로도 충분히 지원자들의 변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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