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집단자위권 최대현안 ‘줄다리기’ 미중 남중국해 갈등에 운신폭 좁아져 ‘큰 성과 어렵다’ 회의적 전망 우세
한국과 일본이 막판까지 신경전을 펼쳤던 한일 정상회담이 다음달 2일로 합의됐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이자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사이의 회담 이후 무려 1269일만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는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정치ㆍ경제ㆍ안보 등 각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을 주고받는 국가간 정상적인 외교형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사+미중 갈등으로 한일 운신의 폭 좁아져=1965년 한일수교 정상화 협정 타결 이후 한일 양국은 경제와 안보를 두 축으로 밀접한 관계로 급진전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서는 항상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양국관계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은 고노담화(1993년)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 등 과거사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한일 양국이 쌓아온 과거사에 대한 합의에 대해 부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을 되풀이하며 양국간 신뢰를 깎아 내렸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일본을 압박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베내각 출범 이후 한일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어디서 문제를 촉발시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일본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중국의 부상에 다른 미중 패권경쟁은 한일관계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와 달리 미중관계가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 커지면서 한국이나 일본 모두 독자적으로 한일관계를 제어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기완 창원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90년대 이후 우익세력이 전면에 포진하면서 역사교과서 집필시 주변국을 배려하는 ‘근린제국’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등 한국 무시전략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비롯해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등 국제관계 영향도 한일관계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 구축함의 중국 인공섬 인근 파견으로 재점화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국제규범에 따른 평화적 해결 입장을 밝힌 반면 일본은 철저하게 미국과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미중관계 속에서 한일관계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위안부와 집단자위권 등 현안 산적=3년6개월만에 성사되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와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대 핵심현안이라 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한일은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일간 위안부 문제 국장급 협의 채널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27일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일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안팎에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백가쟁명식의 해법이 거론되지만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치적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일본은 탐탁찮겠지만 위안부 문제로 인해 회담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됐을 것”이라며 “한일 양국의 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싼 설전은 위안부 문제를 어느 선까지 건드릴 것이냐를 사이에 둔 의견 조율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의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발언과 관련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문제가 어느 수위에서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꺼내봤자 일본의 주장을 되풀이해 일본의 정당성만 강화시켜주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국제법과 국내법, 남북간 특수상황이 얽힌 복잡한 문제인 만큼 실무선에서 먼저 논의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년6개월만에 열리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재훈ㆍ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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