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 913건중 155건 집중 대부분 아는 사이 갈등과정서 우발·충동적으로 발생
‘하루 중 살인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때는 언제일까.’
사람을 죽이는 일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중죄(重罪)로 여겨진다.
이렇기 때문에 환한 낮보단 야심한 밤에, 그것도 가장 인적이 드문 깊은 새벽에 살인 범죄가 많을거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살인 빈도는 자정이 되기 전 밤에 가장 높았다.
29일 경찰청의 ‘2014년 주요 지표범죄 분석’에 따르면 살인범죄(미수 포함)가 가장 많이 발생된 시간은 밤 9시부터 12시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일어난 총 913건의 살인 사건 중 155건(17.0%)이 이 시간대에 발생됐다. 저녁 6시부터 밤 9시 사이가 135건(14.8%)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새벽에는 예상보다 살인이 적었다. 오히려 낮 시간대보다 많지 않았다.
0시부터 3시까지는 82건(9.0%), 3시부터 6시까지는 86건(9.4%)이었다.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는 이보다 많은 93건(10.2%)이,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91건(10.0%), 오후 3~6시는 101건(11.1%)이 각각 발생했다.
2012년에도 전체 살인의 19.3%가 밤 9시부터 자정 사이에 발생돼 최고 비중을 차지했고, 2013년에도 같은 시간대 발생률이 18.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인천의 동거녀 살인 사건이 일어난 시각도 밤 10시께다. 한 40대 남성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연인 관계로 발전한 한 60대 여성과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일주일만에 남성이 헤어지자고 하자 말다툼이 벌어졌고 끝내 이 여성을 목 졸라 살해했다.
지난달 경북 구미에서 앙심을 품고 직장 동료를 흉기로 찔러 죽인 사건도 밤 11시께 발생됐다.
한 20대 남성은 직장 동료가 자신을 사행성 게임에 빠지게 해 2000여만원을 탕진하게 했다며 동료가 사는 원룸에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했다.
밤 9~12시에 살인 사건이 집중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살인사건이 아는 사이에서 충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과 후 술 등을 마신 뒤 의견 대립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하면 이 시간대에 최종 범행을 저지르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통 살인사건을 생각하면 인면수심의 살인범들을 생각하기 쉬운데, 대부분의 살인은 서로 얼굴을 아는 관계에서 벌어진다”며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말다툼을 하면서 마찰을 빚는 시간이 이어진 뒤 욱해서 저지르는 케이스가 많아 밤 9~12시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를 봐도 지난해 발생한 전체 살인범죄(미수 제외) 중 57.1%가 아는 관계에서 발생됐다.
가장 많은 88건(29.8%)이 친족 사이이고, 그 뒤를 친구·애인(51건, 14.3%), 이웃·지인(51건, 11.4%), 직장동료(7건, 1.6%) 등이 이었다.
살인동기의 유형을 따져봐도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는 경우가 133건(29.8%)으로 가장 많았다.
살인 10건 중 3건 정도가 순간 화를 참지 못해 충동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셈이다. 가정불화는 37건(8.3%)로 그다음으로 많았고,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경우도 16건(3.6%)을 기록했다.
살인의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칼이었다. 작년 134건(36.8%)의 살인이 칼에 의해 벌어졌다.
의외로 목 조르기를 통한 질식사 등 맨손으로 살해한 경우도 97건(26.6%)로 두번째로 많았다. 공구(21건, 5.8%), 몽둥이(7건, 1.9%), 약물(4건, 1.1%) 등도 살인도구로 쓰였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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