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부실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선 충당금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실적감소 우려로 난색을 비치면서 기업구조조정의 첫 단계부터 삐걱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KEB하나, NH농협 등 국내 4개 은행은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을 크게 줄였다.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이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한 금액은 52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7%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76% 줄어든 액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 1189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이 역시 전 분기 대비 36.4%를 줄인 액수다. 올 들어 쌓은 대손충당금 총액(4393억원)도 전년대비 35.8% 적다.

KEB하나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은 1169억원으로 전 분기대비 38.5% 감소했다. 올해 누적 대손충당금도 431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6.9% 줄었다. NH농협은 같은 기간 113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전년대비 33.8%, 전분기대비 42.8% 감소한 수치다.

은행들이 일제히 대손충당금 규모를 줄인 것은 이미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아놨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실채권(NPL)비율과 연체율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의 올해 3분기 NPL(부실채권)비율커버리지 비율은 170%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그 뒤로 KB국민이 150.5%로 2위를 차지했고 KEB하나 138.49%, NH농협 107.72% 순이었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충당금 적립액을 부실대출인 고정이하 여신 잔액으로 나눈 수치로, 비율이 높을수록 향후 잠재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에선 100%만 돼도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다수 100%를 크게 웃도는 만큼 부실채권 커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금융당국에선 은행들이 실적을 감안해 느슨한 잣대로 기업을 평가, 대손충당금 적립을 미루는 등 미온적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7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 10명을 소집한 것도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당부하고 ‘더 많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보다 엄격한 기업평가로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금 쌓고 있는 충당금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반발도 우려되는 점 중 하나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평가를 엄격하게 하라는데 경영상 큰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부실로 볼 수도 없고 또 갑작스럽게 부실로 볼 경우 그 기업은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돼 반발이 크다”며 난처해했다.

4분기 실적 급감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결국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충당금 규모를 늘리게 되면 실적은 줄어들수 밖에 없어 4분기 실적은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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