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자격증학원등 운집 지방서도 상경 잇달아 일부는 생활고에 허덕
#. 취업준비생 이모(25ㆍ여) 씨는 지난달부터 용인에서 강남으로 컴퓨터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미 1년 전 토익 시험 준비를 위해 3개월 동안 강남을 제 집 드나들었던 이 씨. 그는 “토익 점수를 낸 뒤 다시는 강남까지 학원 다닐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엑셀을 배우려고 찾아보니 강남만한 곳이 없었다”며 “언제쯤 강남 학원가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쓴웃음 지었다.
대한민국 학원1번지 강남이 취업 준비생들에게도 메카(MECCA)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형 어학원, 각종 취업 자격증 사설 교육업체, 스터디 카페 등이 몰리며 고3 수험생 뿐 아니라, 이제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한 번은 거쳐야 할 필수 코스가 되면서다.
그러다보니 지방에 사는 취업 준비생들까지 탈(脫) 백수를 꿈꾸며 강남으로 상경, 생활고는 물론 고시원 사기 등 애환을 겪는 일도 적잖다.
대전에 사는 박모(27) 씨도 지난 7월 강남에서 두달간 토익학원을 다녔다. 박 씨는 “고시원비 40만원에 밥값, 학원비까지 매달 100만원은 넘게 쓴 것 같다”며,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에 고시원과 학원만 왕복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지방에서 온 취업 준비생들은 주거비, 생활비 등까지 해결해야 해 ‘취업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특히 서울에서도 유독 임대료, 물가가 높은 강남이라 생활비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토익 어학원 기준 종합반 수강료 30만원 가량에 고시원비 40만~50만원, 식비와 교통비 등, 한 달에 드는 돈이 박 씨의 사례처럼 100여만원은 훌쩍 넘는다.
대학생 박모(24ㆍ여) 씨는 “고시원 주인이 분명 계약 당시엔 여성 전용 층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남자들이 거리낌없이 오갔다”면서, “냉난방 문제에 청소 문제까지, 불편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환불을 요청했지만 결국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한 채 나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충과 애환에도 불구, 취업 준비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남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박 씨는 “같은 학원이라도 취업 준비생들이 더 많은 곳이 정보 교환하기도 좋지 않겠느냐”며, “돈을 좀 들이더라도 취업만 할 수 있으면 됐지, 라는 심정으로 투자라고 생각하며 다닌다”고 씁쓸해했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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