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Remind(되새기고), Remake(다시 만들어), Refresh(신선함을 불러 일으킨다)’
올 가을ㆍ겨울(FW) 패션업계 복고(Retro) 열기가 뜨겁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영향이다. 쎄시봉도 있었고, 무도가요제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1990년대에 이어 1980년대로 안방극장 시계를 거꾸로 돌린 ‘응답하라’ 시리즈의 영향이 가장 크다.
패션업계에서 복고는 언제나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에 화답하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구찌, 생로랑 등 세계적 패션하우스들이 올초 런웨이에서 선보인 2015 FW 컬렉션도 1970년대, 혹은 1950년대에서 키워드를 찾았다.
현재 진행중인 복고는 1970~1990년대까지 약 30년에 걸친 광범위한 시대적 배경을 깔고 있다. 어느 특정한 한 시대라기보다 밀레니엄 이전, 모든 것이 지금보다 느리고 여유로웠던, 혹은 인간미가 살아있었던 것에 대한 향수를 반영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복고 키워드를 향유하는 건 당대를 살았던 세대가 아닌 10~2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해에 유행했던 노래를 다시 듣고 그 때의 패션을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다.
▶패션업계 복고 대전(大戰)=패션업계는 ‘응칠(응답하라 1997)’, ‘응사(응답하라 1994)’의 성공이 ‘응팔(응답하라 1988)’로 이어질 것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옛 제일모직)이다. 11월 6일 응팔 첫방송 이후 열흘 뒤 복고 라인 런칭 소식을 내놨다. 빈폴의 1980년대 브랜드 론칭 이후 최고 히트 상품들을 재구성한 것.
응팔의 남자 주인공 김정환 역의 류준열을 모델로, 일명 떡볶이 코트(더플 코트), 체크 스웻셔츠 등과 함께, 다리에 끼는 맘보 팬츠를 재해석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빈폴은 응팔의 PPL 협찬 패션브랜드로 참여했다.
스포츠 브랜드 르카프는 지난 5월부터 광고 영상으로 복고 트렌드를 전파하고 있다. 이서진을 모델로, 1980년대 르카프 TV CF를 리메이크한 ‘추억의 광고대전’ 바이럴 영상을 유튜브에 띄웠다. 복고 콘셉트의 워킹화를 신고 당시 유행하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내용이다. 르까프는 12월 케이블에 이 영상을 다시 내보낼 예정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는 국민체조 노래로 라디오 CM ‘트렉스타 국민체조송’을 만들어 건강한 아웃도어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바닥 쓰는 나팔바지, 담요같은 오버사이즈 코트…1020 열광=최근 가수 싸이가 선보인 7집 타이틀 곡이 7080 복고풍 펑크 장르인 ‘나팔바지’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십수년간 굳건하게 왕좌를 지켰던 스키니진, 슬림핏 청바지 대신, 종아리 아래로 통이 점점 넓어지다 못해 바닥을 쓸 것만 같은 부츠컷, 나팔바지, 와이드팬츠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 캐주얼 브랜드 버커루의 ‘설현 와이드 진’을 비롯해 대부분의 진 브랜드들이 부츠컷 라인을 다시 내놨다.
두툼한 자카드, 혹은 부클레얀 소재의 1950년대풍 오버사이즈 코트, 블랭킷 코트라던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이 입었던 밀리터리풍 항공점퍼(Bomber jacket)도 올 FW 대표 아우터 아이템이다. 네파 등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올 겨울 허리선이 짧은 항공점퍼 스타일의 다운 아우터를 대거 출시했다.
할머니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발목을 덮는 롱 스커트에 긴 니트 아우터 등을 매치하는 ‘그래니룩(Granny look)’도 대표적인 복고 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복고 패션을 소비하는 주요 계층은 당대 세대보다 오히려 1020 세대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패션계에서는 90년대 스타일이 재조명되다가 올 가을 시즌부터는 80년대 복고 트렌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80년대 복고 트렌드는 당시 문화를 향유했던 30~40대 소비자보다도, 90년대 이후 출생한 10~20대 소비자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는 젊은 소비자들이 80년대 문화 콘텐츠를 신선하고 흥미롭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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