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최근 취업난에 2030 청년들 사이에선 결혼ㆍ연애ㆍ출산을 포기한 3포와 7포 세대를 넘어 ‘무한대’를 의미하는 N포세대까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ㆍ다문화 청년들의 현실은 더 팍팍하다. ‘온전한 한국인’이 아니란 이유로 취업시장에서 적잖은 차별을 받으며 더 큰 한계에 절망하고 있다.
17일 서울 광진구의 한 대학가에서 만난 철수(가명ㆍ26)는 “남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스펙’이 떨어져 취업시장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하지만, 탈북자기 때문에 면접의 문턱을 넘기가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6년 17살의 나이에 할아버지의 손에 붙들려 남한으로 넘어온 철수는 서울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이제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요즘 그의 하루 일과는 또래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을 위해 학교 수업이 없는 날에도 오전 10~11시부터 학교 도서관에 가 오후 8시까지 토익 인터넷강의를 듣거나 인ㆍ적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생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몇 해 전에는 필리핀에 6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등, 철수의 ‘스펙’은 또래 남한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쳐지지 않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올 하반기 수도 없는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 탈북자라는 신분이 철수의 발목을 잡았다.
철수는 “서류 통과도 어렵지만, 극적으로 면접까지 가도 탈북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불신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적잖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탈북자 신분을 감추기도 쉽지 않다. 그야말로 거짓말의 연속이다.
최근에야 본인이 원하면 군복무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탈북자는 군대에 갈 수 없어, 면접만 가면 ‘군 면제’ 이유에 대한 해명을 늘어놔야 한다.
탈북자 상당수가 혼자, 혹은 가족 중 일부와 남한으로 넘어온 경우가 많아 가족 관계에 대해서도 답변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속여도, 북에 있는 가족들은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기 때문에 회사가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면 금세 탄로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 철수는 “대기업은 꿈도 꾸지 않는다”면서, “중견기업이라도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씁쓸해했다.
3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와 최근 한국 국적까지 취득한 영희(가명ㆍ27)의 사정도 철수와 크게 다르진 않다.
대학 졸업 후 늦은 나이에 한국행을 결심한 그는 한국에 와서 ‘안 해본 일’이 없다. 휴대전화 부품 공장 근무는 물론 식당, 옷가게 등 닥치는대로 일했다.
이제야 한국어 실력도 제법 궤도에 오르고 삶에 여유가 좀 생겨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흔히 말하는 대기업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영희는 “이주 다문화 청년들 중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라면서, “대부분 처음부터 중소기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영희도 적성과 상황 등을 고려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여행사에 취업하기로 마음 먹은 상태다. 이어 영희는 “눈만 낮추면 중국에서 온 다문화 청년들의 취업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지만, 필리핀 등 피부색부터 한국인들과 차이가 있는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며, “외모 때문에 차별 받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여성가족부의 다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다문화가족 자녀의 상당수는 ‘단순 노무(36.4%)’에 종사 중이다.
그 뒤를 ‘장치ㆍ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17.9%)’, ‘판매종사자(12.4%)’ 등이 이었고, ‘사무종사자’는 13.3%,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8.3%에 불과했다.
탈북자들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준 20대 탈북 청년의 월 평균 급여는 136만7000원인 반면, 남한 청년들은 164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탈북 청년들이 남한 청년들의 83% 정도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고용률과 실업률도 탈북 청년은 각각 42.6%, 17.3%인 데 반해, 남한 청년들은 57.3%, 4.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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