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부에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2013년 2.1%에서 올 하반기 0.9%로 낮아졌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피해응답률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이 전체 학생 중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현 정부가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 사회악 근절’ 정책을 가늠하기 위한 여러 객관지표 중의 하나이다.
학교폭력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규정된 성폭력, 가정폭력 분야에도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가 있다. 성폭력은 미검률과 재범률, 가정폭력은 재범률을 각각 지표로 삼고 있는데, 성폭력 발생사건 중 검거하지 못하는 사건을 나타내는 ‘미검률’은 ’13년 11.1%에서 ’15년 11월말 3.4%로 감소하였으며, 상습성이 있는 성폭력, 가정폭력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여 선정한 ‘재범률’도 ’13년 6.4%, 11.8%에서 ’15년 11월말 5.0%, 5.1%로 각각 감소하는 등 추진 3년차를 맞은 ‘4대 사회악 근절’ 정책이 서서히 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안전처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체감안전도 역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이처럼 객관지표와 체감안전도 모두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라고 여기고 있다. 객관지표들의 향상이 실 생활에 확 와 닿지 않기도 하고, 언론을 통해 간간히 보도되는 각종 사건들이 그 불안의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높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4대 사회악’으로 규정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은 다른 범죄들과는 달리 잘 드러나지 않고 지속적이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그 폐해가 더 심각하며, 스스로 보호할 힘이 부족한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거둔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4대 사회악 근절’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생각이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이 남의 개인사나 사소한 다툼이 아닌 하나의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5,000명 미만으로 감소하는데 3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에 비해 ‘4대 사회악 근절’은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객관지표 개선의 성과에 안주해서도 안 되며, 왜 근절이 안 되느냐며 조급한 걱정만 할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경찰관이 학교에 출입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지만 이제 학교전담경찰관 없는 학교폭력 예방은 생각할 수 없고, 가정폭력을 남의 집 가정사로 치부하여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던 경찰이 이제는 눈물로 얼룩진 피해자의 손을 잡고 함께 짐을 꾸려 쉼터까지 안전하게 연계한다.
지난 3~4년간 이루어진 변화치고는 적지 않지만 보다 나은 성과와 변화를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 보호는 경찰 등 국가의 힘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내 주변의 ‘사회적 약자’들을 살피며 내 일처럼 신고를 하고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아울러 범죄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에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뜻을 한 데 모아야 한다. 정부의 ‘4대악 근절’이 아닌 온 국민의 ‘4대악 근절’이 되어야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test100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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