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원유 증산 기대와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올 3분기에도 원유와 천연가스, 금속 및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하락세를 지속, 원자재발(發)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엘니뇨 우려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20일 세계은행의 ‘2015년 3분기 상품시장 전망(Commodity Outlook)’을 보면 주요 국제상품 물가는 3분기에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전분기에 비해 17%나 하락했고, 철강을 포함한 금속과 농산물, 비료 등 비(非)에너지 가격도 5% 떨어졌다. 귀금속 분야도 7% 하락해 세계은행이 구분하는 세 분야 모두 하락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보인 에너지 분야에서 원유는 19% 급락했고, 천연가스와 석탄도 각각 3%씩 하락했다.

원유의 경우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증산 및 북미지역 생산호조에 따른 재고증가, 중국과 유럽연합(EU)의 경기부진으로 인한 수요증가세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천연가스는 대체관계인 국제유가의 하락에 따른 동반효과에다 호주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 증가가 영향을 미쳤고, 석탄은 최대 수요국가인 중국의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감소가 가격하락을 부채질했다.

비에너지 분야에서 철강, 구리, 니켈 등 금속의 경우 대규모 자원개발로 인한 공급량 증가와 중국의 내수 강화 등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12%나 급락했다. 농산물 가격은 공급량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란 전망에 따라 2.4% 하락했다.

세계은행은 특히 18년만의 슈퍼엘니뇨 발생에도 불구하고 국제농산물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는 등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엘니뇨로 인한 기후변화만으로 국제 농산물가격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세계은행의 분석은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이 엘니뇨의 영향으로 국제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계은행은 슈퍼엘니뇨 발생기간(2015년 12월~2016년 2월) 동안 전세계 각 지역별로 상이한 기후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평년보다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커피와 콩 등의 주요 재배지역인 남미지역은 평년보다 다습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5위의 소맥 생산국인 호주는 건조한 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엘니뇨로 인한 기후변화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올 9월까지 주요 농산물 국제가격이 1년 전에 비해 8~32% 하락하는 등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과거 6차례의 엘니뇨 발생기간에도 국제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것은 1차례에 불과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옥수수와 소맥, 쌀 등 주요 곡물재고가 지난 10년 평균을 크게 상회해 수급에도 큰 문제가 없다며, 엘니뇨보다는 농산물 생산국가에서의 가격변동과 환율, 운송비용, 품질차이, 무역정책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전반적인 생산증가와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국제 상품가격의 하락세가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품가격 하락은 우리나라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인플레 기대심리가 약화될 경우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미루는 결과를 가져와 디플레 우려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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