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싸다, 싸, 1만4000원, 1만4000원. 싸다, 싸. 1만3000원”
선거 유세차량을 연상케 하는 트럭 위 단상에 선 2년차 ‘경매사’ 이동현(30) 씨가 플라스틱 박스 안에 담긴 활어 참돔 기백여마리를 경매에 붙이자, 맞은편 단상 위에 열맞춰 선 중개인들의 손도 덩달아 바빠졌다. 자신과 계약을 맺은 소매상인 대신 경매에 참여한 이들은 상인들과 끊임없이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 적절한 낙찰가를 조율했다.
그 사이 낙찰가는 급기야 1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통영에서 올라온 출하자는 중개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우리 다 죽는다, 다 죽어”라고 소리쳤다. 물량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소 활어 참돔 낙찰가는 1만3000~1만4000원 가량. 이날 참돔은 결국 1만1000원에 팔려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출하자 김민석(50) 씨는 “요즘 자연산은 물량이 없어 터무니없이 비싸고 양식은 반대로 넘쳐나니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씁쓸해했다.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지난 17일 노량진수산시장의 새벽에도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든 것은 잔뜩 얼어붙은 경기였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량진 시장에서 15년을 보낸 세아수산의 김혜숙(52ㆍ여) 씨는 “이맘 때면 망년회다 뭐다 대게가 많이 팔렸는데 올해는 손님이 거의 반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18년째 ‘황해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전창배(58) 씨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나 메르스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면서 “보통 겨울이 되면 조기, 갈치, 고등어 등이 몸에 기름을 많이 축적해 맛있을 때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데 올해는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전 씨는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털어놨다. 그는 “정부에서 어민 보호 차원에서 산지 물건을 사들이고 있는데, 많이 잡힐 때야 상관없지만 잡히는 게 없을 땐 물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어민은 좋을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나 우리는 비싸게 사고 팔아야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어 “최근 제주도 자연산 조기가 명절 때보다 3만원 가량 더 비싼 33~35만원에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당장 내년 1월부터 기존 건물에서 인근 현대식 건물로 시장을 이전하는 것도 걱정이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기존 건물에서 새 건물로 이전할시 임대료가 160%가 인상된다더라”, “3배까지 오른다더라”며 우려가 파다했다. 또 다른 상인은 “새 건물에 가면 시장 공간이 3분의 1로 축소돼 도ㆍ소매 기능을 못한다고 들었다”며 “1월이 돼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다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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