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으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7년 만에 반미(反美) 감정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한반도가 미군의 탄저균 실험장이 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 사태의 핵심은 ▷서울 용산기자 추가 실험 ▷주한미군 거짓 해명 ▷국방부의 무능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무대응’도 싸잡아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2009~2014년 서울 용산기지에서 15차례 탄저균 실험을 감행했다. 지난 4월 들통난 오산기지 실험까지 더하면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총 16차례 탄저균 실험을 진행했다.
탄저균은 생물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세균으로 호흡기에 감염된 경우 초기에 항생제를 투여받지 못하면 치사율이 95%에 달한다. 단 100㎏만으로 300만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
주한미군은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인 탄저균을 1000만 시민이 살고 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실험한 것이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에서 탄저균 실험을 한다.
서울 시민 A씨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한미군은 탄저균 외에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균’ 표본도 국내에 반입했다.
주한미군의 ‘거짓 해명’도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5월 주한미군은 “탄저균 관련 실험은 올 4월이 처음”이라고 밝혔지만, 용산기지 실험이 발각되자 17일 “오산기지에서 실험한 것은 처음이라는 뜻”이라고 말을 바꿨다.
주한미군은 이어 생물학 무기를 탐지ㆍ분석ㆍ식별해 조기에 알리는 생물감시시스템인 ‘주피터(JUPITER)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오산기지에서 성능 시험과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당국의 무능함은 불안을 넘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군당국은 지난 5월27일 미 국방부의 발표로 주한미군이 탄저균 표본을 실험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한미 양국은 매년 수차례 연합훈련을 실시하면서 동맹국임을 과시했지만, 우리 땅에서 감행되는 생물학 무기 실험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탄저균 실험을 조사한 한미합동실무단의 활동도 전적으로 주한미군이 제공한 자료에만 의존한 결과라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장조사는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을 한지 72일이 지난 뒤인 8월6일 하루 오산기지를 찾아간 게 전부다. 주한미군의 진실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에 대해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국민을 상대로 생물학 무기 실험이 진행됐는데도 유감이나 항의 표시도 하지 않고 있다.
군당국을 통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부속서에 ‘주한미군으로 반입되는 생물학 검사용 샘플의 한국 내 반입 절차’ 합의권고안을 추가한 게 전부다. 인터넷에서는 당장 “정부는 왜 존재하느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용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국의 수도 서울에 제대로 된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고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주한미군이 탄저균을 활용한 위험천만한 실험을 감행했다는 사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국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test102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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