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응답하라 1988> 같은 1980년대 복고 드라마가 인기이다.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80년대 하면 역시 88 서울올림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올림픽의 분위기와 아울러서, 당시 장안에 화제를 이끌었던 만화는 <달려라 하니>였다. 육상선수를 꿈꾸는, 엄마 잃은 소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달려라 하니>에서 주인공 하니는 처음에는 100미터 단거리 육상 선수를 꿈꾼다. 그러나 치명적 부상으로 단거리 스프린터의 꿈을 접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마라토너로 전향한다. 이처럼 육상은 물론이고 빙상이나 수영 등의 경주 종목에서는 단거리와 중장거리 선수들이 자기의 전문 영역을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비뇨기과 질환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을까? 비뇨기과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전립선염을 생각할 수 있다. 단거리와 중장거리 육상이 있듯이 전립선염도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전립선염이 있으면 빈뇨, 잔뇨감, 급박뇨, 약한 소변 줄기 등의 배뇨 불편감과 함께 하복부나 회음부, 고환의 불편감, 그리고 발기 부전이나 조루 같은 성기능 장애까지도 동반할 수 있다. 보통은 3개월을 기준으로 급성과 만성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급성과 만성 전립선염은 단순히 질병을 앓는 기간에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급성 전립선염은 마치 단거리 달리기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한 증상을 보이게 된다. 세균 감염으로 인해 고열을 동반하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전립선의 붓기가 심하여 소변 자체를 못 보는 ‘요폐’가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치료 없이 방치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패혈증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급성 전립선염이 의심될 경우 신속히 병원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1~2주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만성 전립선염은 중장거리 달리기와 비슷하다. 산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지속되는 숯불과 같다. 열이나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은 흔히 동반되지는 않는다. 다만 배뇨 증상, 골반과 하복부의 불편감,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꾸준히 지속되며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치료 역시 단기간의 입원 치료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약물 및 물리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하니가 단거리에서 마라토너로 전향했듯, 급성 전립선염의 일부에서도 만성 전립선염으로 진행할 수가 있다. 그러나 급성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만성 전립선염으로 은근히 발병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특히 중년층 이상에서 흔한 전립선비대와 달리, 전립선염은 어느 연령대의 남성에서도 발병 가능한 흔한 질환이다. 그러므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료 시기를 미루지 말고 비뇨기과 전문의와 적극적인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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