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한·일 접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2시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담판에 나서는 위안부 문제 해법으로는 ‘창조적 모호성’으로 흔히 불리는 창의적 해법이 유력해 보인다. ‘창조적 모호성’은 외교적 협상에서 양국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파국을 막기 위해 쓰는 일종의 ‘우회 전략’이다.

합의안에 모호한 표현을 써 양측이 서로 편의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자는 것이다. 양측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기보다는 양쪽 모두 거부감이 적은 ‘회색지대(그레이존)’를 만들어 접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하자는 의도다.

현재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느냐와 일본 정부 차원의 피해자 배상에 나서느냐 등 2가지다.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식민지배의 모든 법적 책임이 종결됐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지난 2005년 8월26일 한일 수교회담 외교문서를 전면 공개하며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본 정부가 직접 피해자 보상에 나서느냐는 문제 역시 일본 정부가 먼저 법적 책임에 대해 인정해야 하기에 실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레이존으로 거론되는 내용은 일본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히되 일본의 법적 책임에 대해 명시하지는 않고, 배상 문제 역시 일본 정부 예산을 투입하되 국가 차원의 배상금이 아니라 사죄금 또는 속죄금 형식을 빌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한일관계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만에 하나 여론의 역풍이 거셀 경우 한국 정부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 한일 갈등 속에 숨겨진 코드는 미국 변수”라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미국 역시 이번 기회를 한미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기고 있어 일본 역시 미국의 눈치를 보아가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상당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러나 일본 측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중간지대를 찾아 한국과 절충하려 들 것”이라며 “여기서 우리의 옵션은 일본이 가지고 오는 60~70점짜리 협상안을 받느냐, 100점짜리 안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느냐 등 2가지인데 외교 협상에는 원래 100대 0이 없는 기브앤테이크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일본은 기존 입장에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여지나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협상에 나서는 모양새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가 미온적으로 적당히 타협하면 ‘제2 한일국교 정상화’라는 오명마저 쓸 수 있어 명확하게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다만 지금까지 2년 반 가량 한일관계가 교착 상태에서 한걸음도 못 나가고 있어 향후 미중, 미일, 북일관계 등 동북아의 중요한 역학 구도 내에서 점점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 있어 위안부 문제와 다른 사안을 투트랙으로 가져가는 등 다양한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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