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인더스강 유역의 풍부한 면화와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예로부터 섬유산업이 발달한 국가다. 단일산업으로 제조업 고용의 약 40%를 담당하며 전체 수출의 50%를 상회한다는 점은 파키스탄에서 섬유산업의 독보적인 위상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이처럼 국가 제조업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는 섬유산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수출 촉진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부처 내 섬유산업부를 별도로 설립해 관련 정책을 총괄하도록 할 정도다.
하지만 생산비 상승, 신규 투자 및 기술개발 부족으로 인해 오늘날 파키스탄 섬유산업은 중국, 방글라데시 등 인근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섬유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파키스탄 내 340개 섬유공장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키스탄의 열악한 전력사정은 섬유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정전이 반복될 정도로 전력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제부하차단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업들은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전력을 공급받고 공장을 가동할 수 있어 생산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에너지 위기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선두주자인 ‘굴 아흐메드’는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섬유기업으로 2015년 연간매출액 3억3000만 달러를 상회한다. 이 회사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및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1996년 처음으로 자체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한 바 있다.
굴 아흐메드는 굴 에너지라는 자회사를 설립, 풍력, 화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결과, 현재 연간 2.25M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체 전력수요를 해소하고 잉여전력을 국가전력망에 연결해 판매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 아울러 2018년까지 신규 풍력발전 프로젝트 완료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에너지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는 섬유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자체 에너지원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구조를 유지하고 생산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파키스탄에서는 2010년 이후 계속해서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흉작으로 면화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매년 10%를 상회하는 현지 물가상승률에 따라 생산원가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기요금 납부 부담이 사라지면서 생산비 감소와 가격경쟁력 개선에도 일조할 것이다.
에너지 사업을 통해 확보한 수익을 섬유분야에 투자하면서 장기적으로 R&D, 신규설비 도입이 가능해졌다. 굴 아흐메드도 기본적으로 섬유기업으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부문 자회사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그동안 파키스탄 섬유기업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중저가 제품에 편중된 생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위기를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하는 기업 덕분에 파키스탄의 국가산업인 섬유산업의 미래가 다시 밝아올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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