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올 하반기 최고의 ‘빅 매치’가 벌어졌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아파트(재건축ㆍ이하 서초무지개). 300표 이상의 차이로 GS건설이 삼성물산을 제치고 시공자로 선정되면서 올 하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전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시공자를 선정하는 현장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 청천2구역(재개발)이다. 이곳은 지난 21일 시공자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2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확정됐다. 다른 현장과 달리 메이저 건설사 간 진검 승부가 예고된 셈이다.
물론 서울 중랑구 중화1구역(재개발) 등에도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청천2구역에서 서초무지개에 버금가는 ‘빅 매치’가 펼쳐질지는 얼마 전까지 업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천2구역은 지난 수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런 이곳에 ‘돌파구’가 돼준 것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다. 이에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청천2구역을 뉴스테이 시범 사업 구역으로 선정했고, 이후 6개월간 정비계획 변경, 경관심의, 도시계획심의,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을 거쳐 지난 14일 사업시행 변경인가까지 받았다.
뉴스테이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합은 과거 사업 지연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시공자는 단독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중지를 모았다. 이후 대형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고 특히 대림산업과 현대건설이 관심을 두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얼마 전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이곳 조합원들에게 알리면서 뉴스테이사업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대림산업의 ‘무혈입성’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입찰마감 5분 전 현대건설의 응찰로 대림산업과 현대건설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됐고 올 하반기 최대어인 서초무지개 이상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합, 입찰비교표 곧 공개… 박빙의 승부 예측
아직 조합의 공식 입찰비교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본보가 다방면의 정보를 취합한 결과, 조건과 분위기 등에서 앞선 대림산업이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급공사비의 경우 대림산업은 3.3㎡당 348만 원을 제시했고 현대건설은 349만 9000원을 제안했다. 이주/철거 기간은 2곳 모두 각각 6개월/3개월로 동일했다. 공사 기간은 대림산업이 36개월, 현대건설이 38개월을 제시해 대림산업이 2개월 짧았다. 특히 대림산업의 경우 ‘무상 1000만 원’의 이사비를 제시했지만, 현대건설은 ‘300만 원 대여’라고 제안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건설의 파격적인 조건을 기대했지만 예상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얼마 전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현대건설의 입장 발표는 수주 참여를 위한 ‘비밀 작전’이었던 것 같다. 대림산업을 안심시키고 마감 5분 전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며 “조합의 공식 입찰비교표가 나오면 확실해지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공사비ㆍ이사비 등의 내역만 살펴봤을 때는 대림산업의 조건이 우위에 있다. 특히 뉴스테이사업 측면에서 봤을 때 대림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대림산업의 수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화 무상 조건에서도 대림산업의 조건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오자 현대건설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입찰 조건이 일부 알려진 뒤 현대건설은 대림산업의 입찰 조건이 조합 입찰지침서와 일맥상통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입찰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조건에서 밀린 현대건설이 내놓은 ‘무리수’로 보고 있다. 제안한 조건으로 승부를 겨루는 게 아니라 상대를 비방함으로써 뭔가를 얻으려는 것 자체가 이미 지고 들어간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현대건설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대림산업의 사업조건은 입찰박탈에 해당되는 꼼수가 숨어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사업조건 이외는 전체적으로 현대건설의 사업조건이 우세하다는 것. 각기 다른 2개사의 상반된 주장 속에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곳곳서 시공권 박탈당한 현대건설은 ‘뒤숭숭’, 대림산업은 하반기 ‘승승장구’, 청천2구역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림산업은 하반기에 무서운 속도로 시공권을 쓸어 담으며 ‘2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 19일 기준 15곳에서 3조 1000억 원의 실적을 쌓은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축소 소문에 업계에서 2016년 도시재정비시장이 GS건설, 대림산업의 ‘2강’ 구도 속에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등 4개 사가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림산업의 행보에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반면 현대건설의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현대건설은 지난 19일 기준 3곳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수주 금액은 대림산업의 1/3도 되지 않는다. 또한 서울 영등포구 상아ㆍ현대아파트(재건축)에서는 입찰 참여했다가 현대산업개발, 포스건설에게 밀리는 수모를 당했으며, 광주 염주주공(재건축)에서도 SK건설과 힘을 합쳐 수백 명의 홍보 요원을 동원했지만 포스코건설에 대패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분위기는 누가 봐도 ‘뒤숭숭’ 그 자체이다. 삼호가든3차, 상아ㆍ현대, 염주주공 이외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지 못했고, 경쟁에서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뿐만 아니라 수원 팔달8구역(재개발), 영등포구 신길3구역(재개발)에서는 시공권을 박탈당했거나 계약해제가 기정사실로 됐다. 게다가 부산과 인천, 부천 등지에서 사업을 포기한 전례 등에 비춰 봤을 때 청천2구역에서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수주한 인천 사업지의 경우 눈에 띄게 사업비 중단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포기, 시공권이 박탈된 사례가 많았다.
부평4, 산곡2-1, 백운2, 부평2, 산곡6, 부개5구역, 작전현대, 숭의1, 숭의 2구역 등이 대표적 현장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측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진정성을 알리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삼호가든3차아파트 재건축의 승리처럼 막판 승리의 주역은 현대건설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어필하고 있다. 청천2구역을 필두로 2016년 도시정비사업 부분의 최강자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것.
사업 제안 조건과 뉴스테이사업 역량, 회사 안팎의 분위기 등에서 앞서 있는 대림산업의 ‘압승’이냐, 코너에 몰린 현대건설의 ‘반격’이냐. 결과가 드러날 다음 달 17일 총회로 업계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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