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어둡고 불편한 뉴스가 뒤덮은 2015년, 그래도 뜨거운 한국영화들이 지친 국민들을 위무해줬다. 영화진흥위원회 에 따르면 올 한해(28일 기준) 극장을 찾은 영화 관람객이 2억1517만3362명으로 집계됐다. 5년 연속 최다기록을 경신했고, 최근 3년 연속 2억명을 넘어섰다. ‘영화가 생활’이라는 인도의 발리우드와, 중국 등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를 제외한다면 이처럼 영화를 즐기는 나라를 찾기도 어렵다. 배급과 제작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대기업들이 영화판을 사실상 지배해 더 다양한 작품이 설 자리가 없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한국영화가 크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60%를 넘어섰던 한국영화 관객은 이후 외화에 밀리며 50%를 밑돌았지만, 2011년부터 다시 과반을 넘어섰다. 이후 5년 연속 한국영화계는 외화보다 국산영화의 관객이 많은 상황이다.
올해 흥행작들을 보면 2억명의 관객이 스크린을 찾은 이유가 보인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암살), 지금도 횡행하는 재벌의 비행(베테랑), 색다른 관점에서 본 역사(사도), 흔치않은 구마사 이야기(검은 사제들), 어둠 속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권력자(내부자들), 동료를 수습하러 떠난 산악인들의 실화(히말라야)까지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의 웰메이드 영화가 쏟아졌다. 논란이 있었다고 해도 아버지들의 얘기(국제시장), 누군가의 아들얘기(연평해전)도 관객의 발길을 모았다.
미션 임파서블, 어벤져스 등 개봉 즉시 전 세계 극장가를 평정하는 미국의 오락대작들도, 단단한 한국영화와 그 지지자들의 공고한 연대를 깨지는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흥행 톱10 중 6편이 한국영화였다는 게 이를 잘 말해준다.
‘좋은 영화’엔 ‘많은 관객’이 든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명제다. 좋은 스토리, 뛰어난 배우, 탄탄한 연출이 어우러진 작품들은 수억원의 홍보비보다 많은 팬들을 끌어들인다. 또 현실을 풍자ㆍ반영하거나, 실화를 모티프로 삼은 영화들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입소문의 동력이 됐으며,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 선호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나온 영화를 보러가는 것에 굳이 뻣뻣한 분석을 할 필요는 없다. 만원 한장으로 때론 인생의 달콤함을, 때론 쓰디쓴 맛을 보여주며 고단한 삶의 한 순간을 다독여주는 영화의 존재는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소중하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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