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수출이 이제 그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성장률을 깎아먹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ㆍ유럽 및 신흥국 등 주요 시장의 경제가 부진한 때문도 있지만 신흥국의 추격으로 한국의 기술ㆍ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성장전략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수출은 1월부터 연말까지 계속 감소세를 보이며 국내 경기침체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집계를 보면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에서 수입을 공제한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작년 3분기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보였다.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1분기 1.3%포인트에서 2분기엔 0.1%포인트로 감소한 다음 3분기에 -0.6%포인트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마이너스 행진을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0.1%포인트로 마이너스폭이 다소 줄었다가 2분기엔 -0.3%포인트, 3분기엔 -0.8%포인트로 더욱 확대됐다. 순수출이 그만큼의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은 셈으로 올해 성장부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GDP 성장률이 1.3%를 기록했는데, 내수가 성장률을 2%포인트 끌어올리는 동안 순수출은 0.8%포인트의 마이너스 기여를 했던 것이다. 내수 부문에서는 민간소비가 0.6%포인트, 정부소비가 0.3%포인트의 성장기여도를 보였다.
올해도 수출은 회복되기 어려워 수출이 성장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태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상반기에 3% 감소하고 하반기에 1.6% 증가해 연중으로는 0.7%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교역 증가세 둔화에 따라 수출물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단가 역시 하향흐름을 지속해 수출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쟁여건도 좋지 않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통화절하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츨증대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이 기술력 격차 축소와 위안화 약세를 배경으로 우리 시장을 꾸준히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조선과 철강 등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장치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저가공세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무선통신기기는 부품을 중심으로 수출확대 가능성이 있으나 선진시장 둔화와 신흥국의 기술추격으로 증가세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수요부진으로 자동차 수출 역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면서 2000년대 이후 수출 증가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급격하게 축소되고, 특히 중국이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와 소비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바꾸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점진적인 성장률 하향추세도 수출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둔화될 경우 실물부분의 직ㆍ간접 경로를 통해 우리경제 성장률이 0.21%포인트 후퇴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세계경제가 추가적으로 0.5%포인트 하락할 경우 우리경제는 0.62%포인트 하락해 그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앞으로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수시장을 키워 대외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내수시장을 키우는 것도 지난해 펼쳤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같은 대대적인 판촉이나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증대책, 저금리와 부채 확대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시장 부양책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근로자와 가계,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여건을 개선하고 연금시스템을 개선해 노후에 대한 불안을 완화함으로써 수출과 내수가 균형성장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당면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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