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법원 도서관을 방문해 판결서를 열람하다가 중학교 때 ‘절친’으로 꼽힌 친구 이름을 우연히 발견했다. 최근 가족 사이에 재산분할, 상속 등과 관련한 소송이 많이 눈에 띄어 구체적인 사례를 찾고 싶어 이런저런 키워드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흔한 이름이 아니긴 했지만 설마 그 친구일까 싶어 무심코 ‘클릭’해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맞았다. 최근 몇 년간 연락을 하진 않았지만 꽤 친하게 지낸 그 친구였다.
그 친구는 소위 있는 집 자식이었다. 1980년대 후반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에 넓은 잔디마당을 갖춘 2층 단독주택에 살았고, 외제 승용차를 2대나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경기도의 한 택 시회사와 예식장 소유주였다. 대학교에 다닐 즈음 그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가세가 조금 기울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 하지만 1~2년마다 한 번씩 만나는 동창 모임에서 그 친구는 여전히 가장 잘 나가고, 풍족해 보였다. 늘 벤츠나, BMW 등 고급 승용차를 몰고 왔으며, 친구들의 술값 대부분을 선뜻 계산했다.
바로 그 친구가 그의 형과 함께 어머니를 상대로 ‘재산 상속’을 둘러싼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그 친구 형제와 어머니는 다른 평범한 모자관계와 다를 바 없었다. 아들 친구들이 찾아가면 과일과 음료를 내주던 어머니였다.
그 가족이 어쩌다 재산을 놓고 소송까지 벌이게 됐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재산이라는 게 평범한 가족도 이리 잔인하게 파괴할 수 있구나 실감했다.
요즘 법원에 있다 보면 이런 가족 간 소송 건을 자주 접하게 된다. 당장 있는 집 싸움의 대표격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소송전이나, 피죤 이윤재 회장과 아들간 지분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전을 꼽을 수 있겠다.
주목할 건 이런 가족 간 소송전이 있는 집 사람들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모가 남긴 집 한 채를 놓고 형제간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 가족간 ‘상속재산 분할 소송’은 지난 2012년 594건에서 지난해 771건으로 3년 만에 20% 넘게 증가했고, 올해도 상반기 490건 접수돼 연말까지 지난해 수치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사는 부모세대는 과거처럼 자녀들에게 선뜻 재산을 상속하기 어렵다. 사회복지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시겠다’는 자녀들의 말만 믿고 재산을 물려줬다가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이 부양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게 해 달라고 법원에 호소하는 ‘부양료 지급 청구소송’ 건도 증가세다. 지난 2002년 98건에서 2010년 20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262건 접수됐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빨리 진입하면서 앞으로 이런 소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모세대 어렵고, 자식세대도 힘든 처지에 작은 것이라도 생기면 서로 달려들 가능성이 커서다. 한때 가족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던 그들이 재산 때문에 파괴되는 안타까운 우리사회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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