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토시 소유권 농민들에게 이전하라” 판결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박정희 정권 시절 강제로 서울 구로동 일대 농지를 수용당한 원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결국 승소했다. 이들은 3번의 민사소송과 2차례 형사재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까지 국가를 상대로 수차례 다툼을 벌인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이런 결론을 얻어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옛 구로동 토지 소유주들의 유족인 채모(70)씨 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준 재재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구로동 일대에서 농사를 짓던 피해자들은 1950년3월 농지개혁법 개정으로 이 지역 농지를 분배 받았다. 정부는 하지만 1961년 9월 구로공단 조성 명목으로 구로동 일대 30만평(약 100만㎡) 부지의 판잣집을 철거하고 농민들을 내쫓았다.
이들은 1966년 “애초 분배받은 농지를 돌려달라”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2년 뒤 당시 정부는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쓰인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정부는 이를 위한 수사과정에서 1968년 3월부터 1970년 7월까지 143명을 체포·구속했다. 이들이 소송이나 권리를 포기한다고 약속한 후에나 석방시켰으며, 41명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정부가 수사와 함께 진행한 민사소송 재심은 1984년 재개됐고 국가가 대부분 승소했다. 농민들 승소의 근거가 된 공문서 등이 조작됐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멈추지 않았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결정으로 민형사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과거사위는 박정희 정부 당시 “농민들을 집단적으로 불법 연행해 가혹행위를 하고 위법하게 권리 포기와 위증을 강요했다”며 재심을 권고했다.
재심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농민 등 26명 가운데 23명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자 농민들은 정부가 1980년대 승소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에 대해서도 다시 심리해달라며 재재심을 청구했다.
재재심 결과 재판부는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기존 재심 판결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권을 농민들에게 이전하라”는 1966년 9월 대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재심 판결에 대해 또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초의 확정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해당 농지를 원주민들이 돌려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현재 해당 지역 농지를 국가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제3자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과거사위에 진실규명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소송사기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 최종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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