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벽두부터 여의도는 바빴다. 새해 덕담도 연휴도 생략한 채 숨 가쁘게 돌아갔다. 그렇게 주말이 지난 지금, 공허하다. 새해를 반납한 여의도에 국민은 일말의 기대감을 보냈지만, 돌아온 건 기대만큼 허탈한 배신감이다. 새해도 국회는 그대로다.

선거구가 사라진 현 시점을 ‘비상’시국이라 성토한다. 그런데 정작 비상은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를 바꿔보겠다는 총선 출마자, 그리고 국민뿐인 듯하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지난 주말 밤샘 회의를 열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논의했지만,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여야 이해관계의 대리전에 그쳤다.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은 선거구 획정위의 위치를 망각한 채 여야의 ‘입’을 자임했다.

정 의장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내놓은 중재안도 결국 무위에 그쳤다. 추가 논의 일정도 정하지 않았으니, 정 의장이 선거구 획정위에 획정안을 요청한 기한 ‘5일’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여야도, 정 의장도, 선거구 획정위도 모두 손을 놓게 된 상황. 선거구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는 장기화될 수순이다.

이러다 보니 슬그머니 ‘비상시국’이 아니라는 변명까지 나온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2월 말께나 확정이 됐으니 올해에도 그 수순이 될 것이란 말이다. 그럼 1월 1일부로 비상시국이 되리란 정치권의 성토는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비상시국이라 외치다 정작 폭탄 돌리기의 술래가 나오지 않자, 이젠 ‘이건 폭탄이 아녔습니다’라고 외치는 꼴이다. 한편의 희극물인지, 어느 대목에서 웃음코드를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선거구 획정은 뒤로 한 채 여당도 야당도 ‘밥그릇 챙기기’가 우선이다. 선거구 획정 대신 여당은 공천룰 전쟁에, 야당은 분당ㆍ탈당 쓰나미에 한창이다. 선거구는 총선 전체를 뒤흔들 국민의 이익이고, 공천과 당 내홍은 ‘그들만의 리그’다. 친박이 나오건 비박이 나오건, 주류가 주도권을 잡건 신당이 야권을 독차지하건 ‘집안 싸움’이 선거구 획정보다 우선시될 이유는 없다.

명분만 앞세운 채 양보와 타협의 미덕은 사라진 국회. 이렇게 또 2016년은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