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ㆍ원승일 기자]정부 여당이 추진해온 노동개혁 5대 입법의 국회처리 시한이 불과 14시간 정도 남은 가운데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5대 입법이 무산될 경우 고용 및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편이라는 명목으로 내놓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게다가 올해 60세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2대지침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하면서 노정갈등의 골만 키우는 등 노동시장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개혁 5대 법안 리뷰=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기존에 시행령에서 규정하던 통상임금 개념을 법률에 ‘소정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키로 한 임금’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다만 개인적 사정, 업적, 성과 등에 따라 지급여부, 금액이 달라지는 금품은 시행령으로 위임해 규정하도록 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최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상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 주 68시간이 최대 근로시간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 정상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한 주 52시간이 최대 근로시간이 된다. 정부 법안에 따르면 이를 기업 규모별로 4단계로 단계적 시행한다.
기간제근로자법 개정안은 ‘쪼개기 계약’을 막기 위해 계약 반복 갱신 횟수를 제한해 2년 내 3회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간제 사용기간의 경우 일률적으로 2년으로 제한됐으나 개정안은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신청하는 경우 최대 2년을 더 연장, 총 4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은 근로자 파견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고령자(55세 이상) 파견을 허용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자에 대해 관련 업무의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금형, 주조, 용접 등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도 허용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지급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통상적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다.
▶5대 입법 무산 시 파장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법안이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청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축소, 노동시장 이중화와 양극화 개선 등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5대 법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파장이 결고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기업경영과 노동현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요소다.
전문가들은 노동 관련 5대 입법과 2대 지침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동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되고 노동현장의 불확실성 및 기업 경영활동 위축으로 신규채용 문이 더욱 좁아지는 이른바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포함 여부 등이 불명확해 사안별로 소송 등 법적분쟁이 붓물을 이루는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고용불안이 지속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신규 채용, 일자리 창출 여력까지 갉아먹어 청년 고용절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정년 60세 연장 등은 당면한 화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법이나 제도적 뒷받침은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해외투자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부의 2대 지침마저 불발되면 기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의 호봉제 성격의 임금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신규 채용 감소는 물론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기업의 중장기 전망이 힘들어져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이 여파로 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줄이기, 생산 및 투자 감소 등 자체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경우 이른바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5대 입법 지연으로 일자리 15만개 사라져= 고용노동부는 8일 근로기준법 입법 지연 시 ▷통상임금 관련 불확실성으로 노사갈등 및 소송 등 산업현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청년에게 향후 5년간 15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기회가 사라지고 ▷ 280만명의 근로자가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기간제법 개정안 무산으로 생명안전 분야 핵심업무에 대한 기간제 사용금지에 따른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강화가 무산되고 쪼개기 계약 제한에 따른 비정규직 사용유인 축소와 비정규직 고용불안 해소가 불가능해진다. 고용부는 특히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들이 2년 주기로 계속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고용불안 지속되는 것은 물론, 2년 미만 근속기간 고착에 따라 임금인상 기회 및 숙련향상을 통한 정규직 전환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안 반영에 따른 1년미만(3개월 이상) 기간제 근로자 93만명에 대한 퇴직급여 적용가능성도 사라진다.
파견법 지연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는 55세 이상 장년들의 괜찮은 일자리 기회가 상실되고 유연한 근무가 필요한 고소득 전문직의 일자리 기회가 저해된다. 고용부는 국가기반산업인 뿌리산업의 인력난이 더욱 가중되고, 뿌리산업 종사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최대 6개월 근속)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공익안 반영에 따라 상용형 파견이 도입되고 정부지원이 이루어지면 뿌리산업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성과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뿌리산업 기능인력 확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고용보험법 지연으로 약 125만명의 실업급여 수급자가 더 높은 급여를 더 오래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박탈당하고, 65세 이상 실업급여 적용 확대 지연으로 약 10만명의 경비청소근로자가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기회 상실하게 된다. 산재보험법 지연으로 향후 5년간 26만명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 산재보험 혜택이 무산된다.
▶전문가 제언…“정부 조급증 버려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조급증을 가지고 노동 5대 입법과 2대 지침을 밀어붙이다보니 노동계의 반발만 샀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에도 2대 지침을 강행할 뜻을 밝혀 노정 갈등은 극에 달하고, 노사정위원회도 당분간 답보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기간제법, 파견법 등 노동계가 민감해 하는 사안을 연내, 임시국회 내 시한을 정해 처리를 서두르고, 2대 지침도 발표부터 해 놓고 논의하자는 정부의 조급증 때문에 노사정 대타협 파기 단계까지 온 것”이라며 “정부가 이미 답을 갖고 논의해서는 지금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쟁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 5대법안의 경우 정부와 여당이 일괄 처리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올해 4월 총선 전까지 여야가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일부 법안만이라도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9·15 노사정 대타협과 같이 노동시장 개혁은 상징성이 크다”며 “일부 법안이라도 처리된다면 일자리 창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해소 등의 심리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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