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으로 한 ‘체벌’도 ‘아동학대’로 번질 가능성 커  미국 연구팀, “체벌은 아이의 폭력ㆍ공격성향 증가”  학대는 대물림되고 학교폭력 등 각종 폭력으로도 이어져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가운데 평범한 부모들 역시 자신이 ‘훈육’이라고 생각한 체벌아이에게는 신체적ㆍ정서적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훈육의 도구로 ‘체벌’을 한다지만, 체벌은 아이의 공격적 성향을 높일 뿐 아니라 결국 ‘학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천원미경찰서에 따르면 학대하던 아들이 숨지자 시신을 토막내 수년간 보관해온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의 아버지 A(34)씨는 자신도 유년시절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한 A씨는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로부터의 체벌을 당했던 경험이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낮춰 다음 세대에는 더욱 심각한 학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천 사건 이전에도 세상을 경악케 한 아동학대 범죄 속에는 대부분 ‘학대의 대물림’이 있다.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11살 16kg 소녀 학대사건’의 아버지(32) 역시 경찰의 심리분석조사에서 “어릴 때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부모로부터 잦은 학대를 받은 아동은 나중에 부모가 돼도 올바른 양육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 학대 행위자들을 면담해보면 결국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다는 진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아동학대 가해자 대부분은 자신의 학대 행위를 ‘훈육’이었다고 항변한다. 소풍을 가고 싶다던 의붓딸(8)을 때려 숨지게 한 2013년 울산 계모 사건의 계모 역시 재판에서 “딸의 훈육을 위해 체벌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화를 통한 행동 변화 유도’, ‘올바른 행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 훈육에는 체벌 말고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체벌이 훈육의 중요한 방식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정의에 따르면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는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이란 단서가 붙었지만 지난해 신설된 5조 1항은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있다. 보호자라고 해서 아이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줘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살에 체벌을 경험한 아이들은 두 살이 되었을 때 다른 아이들보다 더 폭력적이고 공격적이 됐다. 또 세 살 때 한두 차례 엉덩이를 맞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맞은 적이 없는 아이들에 비해 공격성이 50%나 높았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이 “감정적이지 않은 가벼운 정도의 체벌은 훈육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동발달심리 등 전문가들이 이를 말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특히 작은 체벌이 큰 체벌로 이어지고 결국 학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본인의 학대까지 발전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나중에 커서 자신의 아이에게 학대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체벌은 효과도 일시적일 뿐 아니라 상승 효과가 있어서 한두번 때리다보면 만성적이고 더 크게 매질하게 되고 그게 학대로 이어지게 된다”며 “처벌에 관대한 분위기 자체가 폭력을 내면화 시킨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심리전문가인 정운선 경북대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부모고 아이를 사랑하고 위하고, 또 가르칠 의무가 있으니까 체벌도 정당하다’는 식의 친권의식이 굉장히 강하다”며 “하지만 폭력이나 분노는 약한데로 흐른다. 부모가 밖에서 화가 나 돌아왔다면 집에서 아이가 잘못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체벌과 학대로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선진국 중에는 부모가 싸우는 걸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규정한 곳도 있다”며 “체벌은 아이가 예상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고 약속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 전문가인 이명숙 변호사는 “아동학대는 되물림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성폭력, 군대 내 폭력 등 각종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이 낳아 키우기 때문에 아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잠시 거쳐가는 하나의 인격체이지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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