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최근 보이그룹 비스트의 멤버 장현승이 도마에 올랐다. 팬덤 사이에서 제기된 초유의 사태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끄러웠던 예고된 논란은 “이례적인 형태”로 지난 며칠간 가요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팬들은 장현승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했다. 유료 팬미팅에 불참하고 사적인 만남을 가진 것, 무대 위에서 47초간 노래와 안무를 하지 않은 것, 사과 대신 자신을 정당화한 것에 대한 발언이 팬덤을 등 돌리게 했다.
논란이 커져도 묵묵부답이던 장현승과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사태발생 이틀 만에야 공식 사과문을 냈다. “논란이 된 부분들은 변명의 여지없는 제 불찰이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장현승),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된 논란을 모두 인정하고 현재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아티스트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문제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큐브 엔터테인먼트)라는 내용이다. 팬덤은 그러나 사과의 시기와 방식, 태도를 또 다시 문제 삼았다. ‘성의없는 사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현승으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는 달라진 팬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아이돌그룹이 세대교체를 겪으며 팬 문화 역시 달라지고 있다”는 말로 현재의 팬덤을 설명했다. “최근의 팬덤은 좋아하는 가수에게 피드백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 가요계는 10대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됐다. 가요계에서 노래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선 ‘팬덤’ 형성이 1차 과제가 됐다. “팬덤만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음악시장의 구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현재의 가요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팬덤’은 가수들에게나 가요기획사에게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음반시장’이 ‘음원’에 자리를 내주며 더이상 앨범 발매만으로는 매출을 올릴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아이돌 기획을 ‘시스템’으로 갖춘 가요기획사 관계자들은 “아이돌그룹의 가장 큰 매출은 공연과 MD 상품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여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팬덤’이다. 때문에 기획사 역시 팬덤을 홀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1세대 아이돌 전성기 때처럼 ‘신격화된 가수’를 숭배하던 팬덤이 아니다. 가수들의 팬클럽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던 “OO 매니저가 팬에게 욕을 하고 밀쳤다”는 식의 반응도 옛말이다. ‘팬덤’의 영향력을 알기에 일부 중소기획사에선 ‘걸그룹 직캠’을 찍어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으며, 보이그룹은 ‘현실 속의 남자친구’처럼 다양한 이벤트로 팬 확장에 나선다. 1 대 다수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잠 들기 전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는 마케팅이 한 때 인기를 모았던 것도 팬덤 확장을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
팬들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의 팬덤은 내가 너희를 데뷔 때부터 좋아해줘서 이렇게 성장했으니, 우리가 주는 사랑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보여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보낸 물심양면의 도움으로 스타가 됐으니, 그에 상응하는 사랑과 행동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그룹이 데뷔 이후 자리를 잡기 위해선 팬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소수의 팬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 팬의 숫자가 늘고 그 팬들이 가수를 따라다니며 샀던 앨범을 반복적으로 구입하고, 차트에 순위를 올리고, 굿즈를 사모으는 형태로 발전한다”라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가수가 성장한다는 것을 팬들도 알고 있다. 신인그룹을 스타로 만든 데에 자신들이 일정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권리 요구가 당연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때론 지나쳐보일 지라도 현재 가요시장에서 팬덤의 변화는 비정상적인 정상으로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 조직화된 팬덤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온다. 가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따라다니며 공항, 공연장, 사생활 사진 등을 찍어 팬들 스스로가 ‘돈벌이’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기획사의 입장에선 ‘초상권 침해’ 문제가 걸리지만 최근엔 “팬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추세”라고 한다.
이같은 사례도 있지만, 가요기획사에선 ‘팬들의 요구’와 ‘시각’이 정확하다고 보는 입장도 많다. 프로의식이 결여된 일부 아이돌그룹 멤버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한 지적 등이다. “팬덤이 열애설이 아닌 행동, 태도 불순을 지적하며 등을 돌리는 사례가 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했던 가수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을 때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기 보이그룹이 소속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문화를 상품으로 보고 팬을 소비자로 본다면, 자신이 구매하고 모으는 콜렉션에 소비자가 권리를 행사하고 개입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멤버로 구설에 오르면 팀 전체의 이미지 활동에도 타격을 입는다”며 “성능 좋은 완제품에 불량부품이 들어가 있다면 AS를 받아야 하는게 아니겠냐”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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