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금융당국이 ISA 과열을 막기 위해 긴급점검에 나선 것은 사전예약 과열에 따른 과다 경품경쟁과 직원 강제할당 판촉전 때문에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는 3월 14일까지 상품이 출시되면 상담을 거쳐, 은행 지점이나 홈페이지에서 거래를 확정짓기 때문에 사전예약이 즉시 상품가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가연계증권(ELS)을 ‘중위험 중수익’이라며 원금보장 상품과 다름없는 상품인 것 처럼 판매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가 ISA에도 그대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따지고보면 이같은 논란의 시작은 ISA시행을 목전에 두고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한 것에서 촉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일임업이란 금융사가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금융사 재량껏 관리해주는 업무를 말한다.

지금까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만 할 수 있었지만 ISA에 한해 은행도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은행과 시장을 나눠야하는 증권사의 ‘제 밥그릇 지키기’ 반발보다, 전문적 투자경험이 부족한 은행이 ‘국민 재산 불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우려도 나온다.

ISA는 투자자 1명당 1계좌만 만들 수 있다.

이 계좌에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예금, 적금, ELS, 펀드 등을 담아 운용하고, 5년 뒤 손실을 모두 합친 순이익 200만원~250만원까지 비과세한다.

중도인출이 불가능해 5년간 자금이 묶인다.

비과세 대상인 2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내려면 예ㆍ적금만 담아서는 불가능하다.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ELS, 펀드를 담을 수 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는 절세를 노리는 안정적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라기보다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지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A펀드에서 수익이 나도 B ELS에서 손실이 나면, 그 순이익에만 과세되기 때문에 과세 규모가 줄어든다는 이유다.

투자자가 자신의 뜻대로 투자 상품과 규모를 결정하는 신탁형ISA는 차치하더라도, 금융회사에 본인 투자 성향을 상담 한 뒤 해당 회사가 추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하는 일임형ISA는 금융사의 운용역량이 투자자의 자산과 직결된다.

고위험 투자상품을 다뤄야 하는데도 은행권의 준비현황은 미흡하다. 전담조직은 물론 운용인력을 구하는데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조직보다 인력충원이 고심이다”며 “자격증을 딴다 해도, 증권사 직원들이 수십년간 해왔던 경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제도가 실시된다 해도 은행의 일임형ISA 상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ISA 제도가 정착되고 나면 진짜 승부는 운용실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등 모델포트폴리오 구성 능력 및 상황대처 능력이 뛰어난 증권회사가 은행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올해만 800만 계좌, 약 24조원의 신규자금이 ISA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5년동안 금융권에 묶이는 이 자금이 국민 재산 불리기의 토대가 될지, 볼모로 잡힌 자금이 될지는 금융사들의 운용역량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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