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산)=신동윤 기자] 2일 오전 8시 40분께 경기 안산 단원고 정문. 학기 시작과 동시에 입학식이 예정됐지만 교사들과 등교하는 재학생들의 표정에선 새식구를 맞이한다는 들뜬 표정을 찾기 어려웠다. 여느 학교 입학식장 앞이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꽃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교내로 들어서자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임시 교실이 바로 눈에 띄었다.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학생들과 교사들을 기리기 위해 존치된 ‘기억교실’로 부족한 1학년 교실을 마련하느라 급히 마련된 이곳엔 교장실과 도움교실이 옮겨왔다. 기존 컴퓨터실과 교장실 등을 일반 교실로 꾸미느라 사용됐던 각종 건축자재가 정리되지 않은 채 건물 근처에 놓여 있기도 했다.
건물 입구엔 지도 교사들과 2학년 학생들이 나와 신입생들이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이들은 신입생과 얼굴이 마주쳤을 때 환한 웃음을 띄며 “입학하는구나. 축하한다”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지만 이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2학년생 A(18ㆍ여)양은 “신입생들의 입학을 축하한다. 이젠 학교 분위기가 차분해져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새로 단원고 식구가 된 신입생 316명에 대한 입학식은 오전 10시 40분부터 학교 인근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새로 단원고에 입학한 B(17)양은 “설레기도 하지만 (단원고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입학식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웠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국민의례 후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도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단원고로 새롭게 취임한 정광윤 교장은 취임사를 통해 새로운 희망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지난날의 슬픔과 아픔을 가슴에 품고 선배들이 못다 이룬 꿈과 행복을 완성하기 위해 단원고 교육 가족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단원고 학생들이 오늘도 행복했고, 내일도 행복할 것이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부여된 소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 단원고 학부모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이 사용하던 ‘추모교실’ 존치 여부를 놓고 겪고 있던 갈등을 풀기 위해 진행 중이던 사회적 대화 과정에 대해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4ㆍ16가족협의회와 재학생 학부모 등 관계자들은 안산교육지원청에서 만나 단원고 정상화와 관련된 논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갈등과 파국 대신 상호 이해와 소통 속에서 대화로 교실 문제 등을 해결하자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장기 단원고 학부모협의회 운영위원장, 양동영 단원고 교감, 박승렬 4ㆍ16연대 상임위원,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감사관과 김동민 정책보좌 장학관 등 총 16명이 참석한 이날 논의에서 참가자들은 4ㆍ16 교육체제 마련 등 이후 공교육의 변화 과정에 모든 단원고 구성원이 적극 참여하고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
입학식이 끝난 후 2일 오후 4시엔 논의 사항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2차 협의도 예정돼 있다. 이날 단원고엔 48명의 교원도 새롭게 전입했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단원고를 방문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아픔을 넘어 학교와 학생들이 희망과 꿈을 만들어갔으면 한다”며 “아직도 명확하게 해결되지 못한 진실규명을 위해 학교와 선생님,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적극 참여할 것이며, 참사에서 희생된 215명의 학생과 11명의 선생님을 기억하고 그들을 가슴에 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신입생 316명이 단원고의 새 희망이며 새 역사를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 학생들이 희생자들의 정신을 계승해 더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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