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요즘 이 남자, “귀엽다”는 이야기를 부쩍 많이 듣는다. 악랄하기로 치면 둘째 가라면 서러웠다. 일말의 감정도 없이 숨통을 조였고, 목숨줄을 끊었다. 법대 출신 ‘전공’을 살린 두 캐릭터는 ‘반전의 기회’였다. “원래 웃긴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검사외전’ 속 ‘휘문고 에피소드’는 박성웅에게 허당 이미지를 더해줬다. “한치원이 양민우에게 접근할 때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걸 강조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휘문고’는 100% 애드리브였어요.” “학연을 강조하면 더 끈끈해지지 않겠냐”는 판단이었다.
“야! 박성웅 진짜 귀엽지 않냐?” 영화를 보고 나온 20대 여대생들의 소감은 박성웅이 직접 들은 이야기다. “40대 중반 아저씨를 20대 학생들이 귀엽다고 해주니 고맙죠.”
최근 종영한 SBS ‘리멤버’에선 또 달랐다. 자본 권력을 쫓았으나 결국 정의의 편에 선 ‘사이다’ 변호사였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개천의 용’이 된 변호사는 조직폭력배 같았다. 등에는 용 한 마리가 승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의상은 어찌나 화려한지 수갑 없이 법정에 서는 장면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보라색 수트, ‘빽양복’에 핑크셔츠. “와, 니들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했니?” 스타일리스트의 ‘구매력’에 놀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드라마 속 박동호 캐릭터의 핵심은 의상이었다”고 한다. 우월한 ‘기럭지’ 덕에 “모두 제작된 의상”이었다.
어깨가 결리다며 좌우로 목만 움직여도 ‘살기’가 넘치던 박성웅은 이들 작품으로 인간미를 더한 배우가 됐다. 드라마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새 영화 촬영에 돌입한 박성웅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작 배우인가요? 사실 오래 못 쉬겠더라고요. 오래 쉬면 힘들고 아파요. 작품을 바로 이어서 하면 감이 안 떨어져요. ‘리멤버’를 마치고 이틀 만에 영화 촬영장으로 왔는데 연기에 대한 감이 안 떨어져서 좋아요.”
박성웅에게도 무명의 시절이 있었다. 한 때는 일 년에 한 작품을 겨우 하던 시기도, 소속사와 뜻이 달라 2년 동안 한 작품도 하지 못했던 날도 있었다. 그 시절엔 이런 날들을 꿈꿨다고 한다.
“쉬고 싶어서 쉬는게 아닌 날들이 많았죠. 힘들고 정신이 나태해질 때, 그럴 때마다 그 때를 생각해요. 쟁쟁한 선배들을 뒷발치에서 바라보며 부러워하던 때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는거죠.”
“집안에 판검사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대에 진학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판검사를 목표로 사법고시 준비에 매달렸다. 1997년 박성웅은 대학로로 향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접어든 길이었다. “행복해지고 싶었고,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시간을 떼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출근시간이 돼서 억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에 가고 싶었죠.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주위에선 겉멋 들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그저 제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싶었어요. 이제 20년이 다 돼가는데, 그렇게 버텨왔던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거친 역할들로 주목받았다. “악역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악역만 줄줄이 들어왔다”고 한다. “센 캐릭터만 나오면 이건 박성웅이 딱이라고 바라볼 땐 아쉽기도 했죠. 그런 말이 듣기 싫었어요. 제게도 다른 모습이 있고,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데…” ‘신세계’ 속 이중구의 이미지는 꽤 오래 갔다. “살려는 드릴게.” 두고 두고 회자된 대사였다. ‘살인의뢰’, ‘무뢰한’, ‘황제를 위하여’를 거치니 악한 이미지는 지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걸렸지만 박성웅의 캐릭터 변화는 ‘검사외전’, ‘리멤버’를 거치고, 개봉을 앞두 새 영화들에게서 서서히 비치고 있다. 멜로와 가족물에서도 출연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 현재 유호정과 ‘그대 이름은 장미’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 박성웅 식의 멜로가 나올 예정이다. “고맙게도 작품으로 잘 돼서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와요.”
“‘연예인’이기 전에 ‘배우’가 되고 싶었기에” 박성웅은 앞으로도 ‘배우’로의 길을 갈 생각이다. 배우 부부(아내 신은정)인 탓에 육아예능의 섭외도 많다. “배우는 몰입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사절이다. “제가 또 웃기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아휴. 장난 아니죠.” 하지만 “결국엔 제 살 깎아먹기 아니냐”고 되묻는다.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제 직업은 성공과 실패가 모두에게 보이는 직업이에요. 배우는 연기를 해야 살아남는 직업이죠. 20년 전부터 로버트 드니로가 롤모델이었어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지금까지 살아남아 연기하는 배우. 인간 박성웅은 하나지만, 배우 박성웅으로는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갈 길이 멀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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