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대신 사건기록 분석ㆍ판례수집 - 애널리스트가 하던 재무상담 로봇이 서비스 -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간 입지 좁아질 수도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ㆍ김진원 기자]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2년부터 사람이 아닌 로봇이 쓴 기사를 독자들에게 선보여 왔다.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작성한 기사들은 특정 기업의 올해 실적과 주식가치를 전망하고, 그 회사의 주식을 사야할지 여부까지 독자들에게 꼼꼼히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AP통신도 작년 7월부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작성한 경제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로봇의 역할은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로봇은 이제 기자를 비롯 변호사, 회계사, 금융 애널리스트, 의사 등 전문직 영역까지 넘보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특히, 방대한 양의 문서들이 오가는 법률 서비스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변호사의 경우 재판에 들어가기 전 수백장의 문서를 일일이 읽고, 새로운 사실관계를 찾아내 그에 맞게 서류를 다시 작성한다. 대량의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는 인공지능이 이를 대신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보다 효율적일 뿐 아니라 정확성 면에서도 사람을 능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신생 벤처기업 ‘주디카타(Judicata)’는 법리와 판례 등이 담긴 문서를 구조화된 정보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해 변호사들의 업무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당 해고를 당한 히스패닉계 동성애자 남성’에 관한 기존 판례를 모두 찾아줘 변호사가 도서관을 직접 가거나 검색하는 데 드는 막대한 시간을 절약해주는 식이다.
인텔리콘 법률사무소의 임영익 대표변호사는 판ㆍ검사들도 향후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 대표변호사는 “법령을 해석하고 법리를 구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며 “판사들은 정교한 판결을 위해, 검사들은 정확한 사실관계 구성을 위해 인공지능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인공지능이 이처럼 인간의 업무를 일부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역전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작년 4월 주간 기술동향 보고서는 ‘전문직의 경우 지금은 인간이 로봇의 역량을 웃돌지만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금융계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실제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70%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진다. 사람이 관여할 여지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로봇은 스스로 학습하거나 다른 로봇에게 배워가며 그 능력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도 투자의 모든 과정을 로봇이 알아서 처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플랫폼을 구축하고 본격 도입에 나섰다.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산관리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로 하고 온라인에서 모든 재무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바일 선호도가 높은 젊은층이 향후 이같은 ‘로봇 애널리스트’에 의존할 경우 인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의료계도 인공지능의 도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 방대한 의학서적을 읽고 지식을 쌓아 진료에 나선다면 사람의 실수로 발생했던 오진이나 부작용을 줄여줘 의사보다 더 신뢰받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일을 빼앗기보다 오히려 전체 시장규모를 키워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대표변호사는 “10년 앞을 내다봤을 때 인공지능은 법률 시장의 비즈니스를 더욱 진화시켜 줄 것이다. 즉, 변호사가 그리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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