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대국(對局)의 승패는 기반(碁盤)을 넘어섰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이 9단이 두번의 불계패를 선언했다. 알파고는 2번의 승기를 먼저 잡으며 나머지 삼 국도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고 있다.
이른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압축되는 인간과 로봇의 대결은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즉 인공지능 로봇이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최근 주요증권사와 은행에서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금융권 로보어드바이저 봇물=국내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QV로보어카운트’를 선보인 NH투자증권은 쿼터백투자자문, 디셈버앤컴퍼니 등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와 업무 제휴를 성사시키며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 시장 상황에 따라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증권도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1분기중 상품을 출시한다.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선물 등 다양한 상품을 포트폴리오형태로 구성하고 리밸런싱, 매매 등 투자의 모든 과정을 로봇이 알아서 처리한다.
대신증권, 동부증권도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은행권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잰걸음이다. KB국민은행은 쿼터백투자자문과 제휴해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출시했다. KEB하나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 자체개발 로버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이버 PB’를 오픈했다.
▶수익률은 로봇 ‘승’=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본다면 로봇의 승리다.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 쿼터백투자자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평균 2%대의 수익을 기록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집계한 같은기간 국내주식형펀드는 -3.05%, 코스피 수익률은 -2.20%에 그쳤다.
물론 실제 운용기간이 짧아 모델 안정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나, 펀드매니저와의 수익률 경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 해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데 있다. 결국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가 전제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투자성향과 투자 목적을 입력하면, 특정 투자 알고리즘을 가진 로봇이 그에 맞춰 자산을 운용한다.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 되므로, 인건비가 낮아진다. 적은금액을 맡기는 다수의 투자자도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그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에이티커니는 2006년 3000억달러에 불과했던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은 2020년 2조2000억달러로 연평균 68%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에는 200개 이상의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존재하고, 상위 15개사 운용자산은 2015년말 510억달러로 2009년말(40억달러) 이후 연 평균 52.9% 속도로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세의 배경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자산관리수요 증가가 꼽힌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 가입금액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일반 대중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한국도 고령화로 노후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확대가 기대된다.
송인석 디셈버앤컴퍼니 수석은 “결과(수익률)도 중요하지만 AI로 적은 자산의 투자자도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투자시장을 넓혔다는 의의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ㆍ비대면 서비스의 맹점=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체적인 맹점이 있다. 개인별로 맞춤형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온라인ㆍ비대면서비스의 특성상 그 한계가 존재한다.
FT는 이미 수년전부터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영국에서 이같은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톰 맥패일 하그리브즈 랜스다운 은퇴제도 국장은 “누군가가 은퇴 시점이 다가와 확장형 기여 퇴직금을 갖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인출할 지 결정하는 것과 같은 더 복잡한 상황에선 자동으로 자문 솔루션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수단은 ETF,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재무 설계나 세금이슈 등 투자 포트폴리오 이상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한다.
또한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 호황기에 설립돼, 침체기의 금융시장을 경험하지 못했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알고리즘 기반 거래가 예상외의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도 검증 된 바 없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보유한 알고리즘이 포트폴리오 성과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이지만, 온라인으로 이를 고객에게 이해시키기 쉽지 않아 불완전판매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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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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