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단속에도 위반 갈수록 지능화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정밀 검증콩류 등 원산지표시대상 추가품목올 계도기간 거쳐 내년부터 단속
날선 단속에도 위반 갈수록 지능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정밀 검증
콩류 등 원산지표시대상 추가품목 올 계도기간 거쳐 내년부터 단속
원산지 표기 안하는 경우보다 허위표시할 때가 더 강한 처벌
“저거 일본산 양파 아닌가? 분명 국내산 아닌 것 같은데, 아주머니, 이리 와 봐요.”
지난 17일 오후 3시 무렵 세종시 조치원 00 전통시장. 한 채소가게 앞에 멈춰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 박상우 기동단속팀장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국내산’이라고 표기된 양파 더미 옆에 좀 더 커 보이는 양파들에 원산지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상인 백 모씨는 “아, 깜빡했어요. 일본산 맞는데 표시한다는 걸...” 서둘러 일본산이라 적었지만 이미 늦었다.
박 팀장은 즉석에서 일본산 양파 64개에 판매가격 1500원을 곱해 9만6000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산 농수산물은 원산지 표기 집중 단속 대상이다. 그런데 문제된 가게는 우리 소비자들의 기피로 가격이 싸진 일본산 양파를 국산으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일본산은 국산보다 15㎏ 기준으로 만원 가량 저렴하다. 적발시 위반물량에 판매가격을 곱해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니 왜 우리집만 단속해요? 일부러 속여 팔려고 한 것도 아닌데.” 백 씨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박 팀장은 2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니 부당하다 생각되면 의견을 낼 수 있고, 일주일 안에 과태료를 내면 20% 경감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하고는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는 시장밖으로 나갔다.
다른 곳은 단속하지 않느냐고 하자 그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까 방송 들으셨죠? 다른 가게들은 이미 다 손(?) 봤을 겁니다.” 가만 보니 단속반이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안에 ‘내일 비가 많이 올 예정인데 현재 공사 중이니 장비 정리 잘 하라’는 방송 코멘트가 떠올랐다. “그게 단속 떴다는 내부 싸인입니다.” 원산지 단속에 얼마나 지능적으로 대응하는지 한 눈에 들여다 볼 수있었다.
이어 단속반은 일반 음식점 구역을 돌며 새롭게 바뀐 원산지 규정을 설명했다. 올해 2월부터 원산지 표시 대상이 쇠고기 등 농산물 7개 품목에서 콩 1개(두부류ㆍ콩비지ㆍ콩국수에 한함)가 추가됐고, 쌀도 밥외에 죽과 누룽지까지 확대됐다. 시행된지 한 달밖에 안 돼 대부분의 음식점이 두부가 들어가는 찌개, 쌀로 만든 죽과 누룽지 등도 원산지 표기 대상이란 점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원산지 표기 단속의 1차적 취지가 뭐냐는 물음에 박 팀장은 처벌보다 자율표시 분위기를 조성해 믿고 사고 팔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확대된 품목은 오는 12월31일까지 계도하고, 내년부터는 의무적용토록 해 미표기 적발시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번만 봐 주세요. 중국산 쓴지 정말 한 달도 안 됐어요.” 한 음식점이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 박 팀장은 주인 김 모씨에게 즉시 원산지 표기를 중국산으로 바꾸라는 시정명령서를 발급하고, 농관원으로 출석을 요청했다.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은 것보다 속여 팔다 적발됐을 때 처벌이 더 강하다. 원산지 거짓표시 위반업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동일한 업자가 거짓표시로 2년간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판매금액의 5배 이하 과징금 부과(최고 3억원)로 처벌이 강화됐다.
한나절 시장 한 바퀴 돌고 난 박 팀장이 심정을 털어놨다. “이 일을 하다보면 심적 부담감이 커요. 단속의 중점을 구조적이고 상습적인 원산지 위반행위에 두고 있지만, 간혹 전문 신고꾼에 의해 신고돼 적발되는 영세 상인을 볼 때면 안까울 때도 있죠. 두고보자거나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등 협박도 숱하죠.”
농관원 단속반원 대부분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다. 원산지 표시 단속뿐 아니라 수사도 맡는다. 하지만 농관원 내부에서는 기피 업무가 바로 단속이라고 한다. 범법행위를 적발해내는 일이어서 일상 생활에 따르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전화 번호라도 잘못 노출될까 명함도 선뜻 내밀지 못한다는 단속반원들은 스스로를 감정 노동자로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족 내 이웃에 안전 먹거리를 보장해 주고, 또 가격차이를 노린 시장교란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막중한 일은 누군가 해내야 하지 않겠냐는 박 팀장에게서 파수꾼 다운 든든함이 묻어났다.
원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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