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많은 사람들은 천안함을 떠올렸다. 북한과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했어야 할 날이었지만, 의미는 또 있다. 지난 26일은 한국 현대사의 선구자이자 건국대통령인 이승만(1875년∼1965년) 박사 탄신 141주년이 된 날이었기도 하다.
이승만 박사는 국권이 침탈되던 조선말 이미 세계사의 진운(進運)이 해양문명에 있음을 깨달았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항일 독립운동에 적극 동참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몸소 실천했다. 이 박사는 배재학당, 조지워싱턴대, 하바드대, 프린스턴대를 거치며 당대 최고 수준의 선진교육을 받고 세계적 명성을 가진 최초의 코리안으로 성장했다.
이 박사의 역량은 특히 광복된 조국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 박사는 2차 세계대전 후 한반도의 미래를 문명사적 시각에서 인식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새 조국 만들기에 착수했다. 그의 건국 작업은 한민족을 중국 중심의 전통적인 대륙문명권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문명권으로 끌어내는 것이었고, 봉건왕조와 식민지배 체제가 남긴 낡은 풍토 위에 자유와 평등의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것이었다.
이 박사는 좌우대립의 국내적 혼돈과 척박한 국제정세 속에서 결국 민족사상 처음으로 국민주권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남북분단이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한민족이 해양국가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는 것이야말로 그가 뛰어난 혜안을 지녔음을 짐작케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이 박사가 신생 대한민국에 닥친 첫 시련인 북한의 6ㆍ25 남침전쟁을 자유우방과 함께 이겨내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는 군사적 안전판을 구축했다는 평가에선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전쟁의 폐허 위에 초등학교 의무교육제 도입, 미국유학 장려, 원자로 건설 등을 통해 이 땅의 미래를 준비한 한편 평화선(이승만라인)을 선포해 독도수호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20세기 첨예한 이념전쟁의 최전선에서 북한과 공산주의의 끈질긴 도전을 뿌리치고 세계적인 자유국가, 지구촌 중심국가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이 박사의 선견지명과 지도력이 바탕됐음을 잊어선 안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이 박사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의 뿌리이며 기초다.
그런데도 아직 이승만대통령기념관 조차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이 박사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박하다. 분단의 책임을 그에게 묻는 것은 좌파적 역사인식의 산물이며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집권 말기의 일부 시행착오와 과오만으로 그를 폄하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며 역사에 대한 성찰을 넘어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어리석음과 다름이 아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올바른 앞날을 설계할 수 없는 법이다. 물론 어떤 정치 지도자도 완벽할 수는 없다. 공과는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그의 시대적 역할과 기여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박사의 꿈은 자유로운 나라, 통일된 조국이었다.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한국 현대사의 거인 이 박사가 오늘에 던지는 숭고한 메시지만큼은 잊어서는 안된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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