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지난해 43년 만의 극한 가뭄의 여파로 올 봄에도 물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특히 본격적인 농번기에 접어드는 4~5월에 강수량이 평년보다 크게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이다. 봄 가뭄이 지속되면 농업용수를 비롯해 물 수요가 급증하는 4월부터는 댐 저수량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극심했던 가뭄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안전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봄철 가뭄대책 추진상황’을 논의했다. 올해 농어촌 급수취약지역 지방상수도 확충에 2950억원을 투입한다. 또해수담수화시설 5개소에 57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특히 주요 도로 등 주요 노후시설물의 보수ㆍ보강(4조2000억원)과 에너지ㆍ시설ㆍ교통ㆍ항만 주요 공기업 안전투자(11조원)등 안전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 평균 누적강수량은 약 1008.0㎜로 평년(1307.7㎜)의 77% 수준이다. 현재까지 전국적인 기상가뭄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강수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댐 평균저수율도 3월 현재 44.7%로 평년(42.7%) 대비 105% 수준이어서 가뭄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란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작년 고갈 위기에 처했던 충남 보령댐, 전북 용담댐 등을 비롯한 일부 지역 댐들은 여전히 가뭄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보령과 서산, 당진 등 충남 서부 지역 8개 시ㆍ군 48만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경우 현재 저수율은 24.6%, 저수량은 약 2900만㎥에 불과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 초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겨울 강수량 자체가 연 강수량의 10%밖에 안 돼 적은 편이고, 지난해 극심했던 가뭄이 올해 강수량과 댐 저수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기상청, 국민안전처 등 관계부처가 이달 초 처음 공개한 가뭄 예ㆍ경보제에서도 이달 말부터 장마철 전까지 충남 서부권을 비롯해 인천의 강화도와 경북 문경 지역이 심한 가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3월 현재 인천 강화, 경북 문경과 영양이 농업용수 가뭄 ‘주의’ 단계에 속해 있다.
정부는 봄철 가뭄 대책으로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200여개 저수지의 경우 인근 하천 수를 이용해 물채우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올 봄 가뭄에 대비해 댐 용수 등 저수량을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43년 만의 가뭄 여파가 여전히 저수량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다 올해 강수량이 지난해 수준에 그친다면 또 다시 가뭄사태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훈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은 “댐 주변에 있는 지역의 경우 물 부족 시에 농업용수를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은 농업용 저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들 저수지는 댐에 비해 저수량이 적어 모내기철에 들어서면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의 댐이 확보하고 있는 물을 최적량만 흘려보내고 나머지는 가둬뒀다 비상시 필요한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 저류지 등 지역맞춤형 소규모 저류공간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규탁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강원본부장은 “산악지형 특성상 댐으로부터 농업용수를 공급받기 힘든 강원도의 경우 산간계곡에 소규모의 보나 저류지를 상류에서부터 다단계로 설치하면 가뭄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식 물 저장소를 여러 개 구축해 가뭄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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