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 ”아시아판 BoA메릴린치가 되겠다” 계열사간 시너지 높여 리딩뱅크 탈환에 나선다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증권가의 마지막 대어로 꼽혔던 현대증권은 결국 KB금융 품에 안겼다. 증권사 인수 도전 3수만에 이뤄낸 승전보였다. ‘실리파’로 불렸던 윤종규 KB회장은 시가총액의 3배가 넘는 1조원가량을 베팅하며 승부사 기질을 여실히 보였줬다.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로 1위 순위(자산기준)가 뒤바뀌면서 금융지주 간 리딩뱅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합사옥과 증권사 인수라는 KB의 숙원과제를 풀어낸 윤 회장은 확고한 리더십으로 연임 등 후계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통합후유증 최소화와 시너지 극대화는 남은 과제다.
▶은행-카드-보험-증권 사각편대 갖춘 KB, 가속화되는 리딩뱅크 경쟁=KB금융은 자산 24조원의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총 자산 379조 2000억원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서게된다. 1등이었던 신한금융(370조원)을 앞서며 국내 금융 지주 중 몸집으론 1등이 됐다.
KB금융은 이 기세를 몰아 당기순이익 1위 자리까지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 후 당기순이익 기준 1위에 올랐지만 2009년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어준 뒤 만년 2등에 머물러왔다.
KB금융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를 신한금융을 추월하기 위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번 인수로 비은행 당기순이익 비중이 33%에서 37%로 상승하며 잠재성장성도 강화됐다.
KB금융은 업계 2위의 은행과 카드사, 3위의 증권사, 4위의 손보사를 사각편대로 내세웠다. 지향점은 유니버셜 뱅킹이다. 맏형인 은행의 명성과 잠재력,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증권ㆍ보험ㆍ카드 등 다른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280만명을 포함해 3500만명에 이르는 KB금융그룹의 고객기반은 금융지중 중 단연 독보적이다.
윤 회장은 1일 취재진과 만나 “현대증권 인수로 KB금융의 지향점은 아시아판 BoA메릴린치가 되는 것”이라면서 “유니버셜 뱅킹 모델에 근간을 두고 최대한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여리딩뱅크 탈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BoA메릴린치는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합쳐진 복합금융그룹이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이 소매금융과 투자은행(IB)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은행과 협업을 통해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인터넷은행 출범과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으로 금융업권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KB금융의 지향점은 ‘자산관리 및 CIB 전문 금융회사’에 있다는 게 윤 회장의 판단이다. 메릴리치 인수 이후 WM과 CIB부문 수익비중을 각각 10~20%가량 늘린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청사진이다. 복합점포도 대폭 늘린다. 현재 KB금융의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총 16개이며, 생보사와 손보사까지 입점한 복합점포가 3개다. KB금융 관계자는 “현대증권도 복합점포에 모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증권의 점포 수가 95개이므로 단숨에 점포 수가 20% 이상 급증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대증권을 적극 활용해 중수익ㆍ중위험 상품을 개발하고 해외 금융상품 발굴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탄탄해지는 윤 회장 리더십… 통합후유증 최소화는 과제=현대증권 인수로 윤 회장의 입지도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숙원사업이었던 통합사옥 마련 과제를 해결한데 이어 증권사 인수란 염원도 달성했기 때문이다. ‘비은행 당기순이익 비중 40%달성’이란 취임 당시 내세웠던 목표에도 근접했다.
빠르면 이달 내 KB금융 이사회가 연임우선권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회장의 연임우선권 적용도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취임 이후 실적증가와 건전성 개선 등 능력으로도 인정을 받은 만큼 연임에 대한 설득력을 높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돈독한 사외이사진과의 관계는 이런 가능성을 높인다. 윤 회장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에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면서 “나에게 모든 가격 결정권을 내줬다”고 말한 바 있다. 변수는 통합후유증이다. 조기 시너지 발휘를 위해 무리하게 통합에 속도를 낼 경우 내부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색채가 강한 현대증권을 어떻게 KB화 시킬지도 변수다. 인수 후 사업재편과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윤 회장은 “인수조건에 고용승계 조항이 일부 포함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수한 인력은 최대한 모신다는 계획”이라면서 “현대증권 사업구조 개편 역시 그룹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가되,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hhj6386@eh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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