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ㆍ이지웅(진도) 기자] “이젠 허탈해서 울 힘조차 없어요.”
실종자 가족 김모 (42ㆍ여) 씨는 산발한 머리,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체육관 바닥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실종자 현황이 뜨는 스크린만 바라볼 뿐이었다.
세월호 침몰 엿새째 아침을 맞이한 21일, 진도 공설운동장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분통조차 터트릴 수 없을 정도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시각각으로 추가되는 사망자 확인 소식에 넋을 잃고 있다.
가족들은 인양된 시신의 특징이 스크린에 뜰 때마다 혹시 자신의 아들ㆍ딸이 아닐까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하지만 이들은 격렬한 슬픔과 분노 뒤 찾아오는 허탈감에 빠져 있다.
실종자 가족에게 지난 주말은 ‘분노의 주말’이었다. 특히 20일 새벽엔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에게 항의하겠다는 실종자 가족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무려 5시간 넘게 심야 대치극을 벌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1시30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회의를 열고 “정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다”며 청와대 항의 방문을 결정했다.
정부가 신속한 구조를 약속했지만 구조작업은 더디고 아직 발견된 실종자 가운데 생존자는 없다.
정부 대책은 실종자 수 파악부터 현장 구조작업까지 혼돈과 실수의 연속이었다. 가족들의 청와대 항의 방문이 결정되자 정홍원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가 현장에 나서 가족들을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 일부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현장을 빠져나가려는 정 총리의 차를 가로막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 6시께는 안전행정부 송모 국장이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송 국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팽목항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다 구설수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송 국장을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안행부는 송 국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다.
실종자 가족 박모(45) 씨는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이젠 헛웃음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박 씨는 “정부가 ‘실종자 가족이 원하면 인양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이는 자신들이 구조에 실패해놓고 책임을 가족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구조가 가능한 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 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며 “어떻게 이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 정모(45ㆍ여) 씨는 “내 딸이 아직 저 어둡고 차가운 물 속에 있다. 이젠 살아있을 거라 믿지도 않는다. 다만 딸의 시신이 더 훼손되기 전에 딸을 찾아 안아보고 싶다”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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