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돈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기 위해 내야하는 ‘기탁금’만 1500만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당내 공천심사비와 경선비용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배가 된다. 2000~3000만원에 이르는 유세차량 임대비용과 홍보물 인쇄지용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는 것이 정치 도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말했다. “저 사람은 모아둔 재산이 많나 보다”. 전선을 오가며 10번째 선거에 출마(국회의원 선거 8번, 구청장 선거 2번)한 백철 무소속 후보와 올해로 18번째(시도의회위원 및 구시군의장 선거 포함) ‘금배지 도전’에 나서는 강도석 무소속 후보를 향해서다. 그러나 그들은 입을 모아 “나는 금수저가 아니다. 그저 내 손으로 정치를 바꾸고 싶었을 뿐”이라고 외쳤다.
백 후보(서울 강서갑)는 11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많이 까먹었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지난했던 정치 도전기를 회상하면서다. 실제 59세의 나이에 그가 가진 재산은 단 1억5800만원(공직 후보자 재산등록 현황). 가진 것은 한 뼘 집밖에 없어 지인들에게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20대 총선에 출마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돈’ 다음으로 많이 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더욱 불타올랐다. “우리 정치와 정치인들이 너무나 부패했다는 생각에 출마하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국회의원의 자세’를 공약으로 했다. 국민과 서민의 뜻에 따라 일하겠다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출사표다. 그는 특히 “정치는 공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으로 하는 것”이라며 “기존 정치인들이 학식은 있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고 눈물 흘리는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뚜렷한 정치철학을 내세웠다. 순수가 사라진 시대에 다시 순수를 앞세운 셈이다. 결국 ‘정치 장수생’들의 도전은 끝내 실패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최근 그들의 지지율에서 당선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변화의 단초를 만들었다.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 흙수저들에게 다시 힘을 준 것만으로도, 도전의 의미는 충분했다. ‘공부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는데 후보님을 생각하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고등학생이 백 후보에게 남긴 쪽지다. 백 후보는 그저 “허허” 웃었다.
이슬기ㆍ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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