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포동ㆍ신촌동서…유권자들 분통

[헤럴드경제=유오상ㆍ이원율 기자] “여기로 오신 것 맞아요? 동이 어디에요? 아, 여기가 아니라 저 옆에 초등학교로 가세요.”

13일 오전 10시, 투표소 앞에서 선관위 명찰을 단 안내원이 오히려 유권자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을 내쫓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투표소를 잘못 찾아온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올바른 투표소를 안내하는 중이다. 아파트 대단지나 주택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선거 홍보는 요란했지만 정작 투표소 안내가 부실해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투표소 곳곳에서 발견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1동 주민 센터에 마련된 개포동1투표소는 잘못 찾아온 유권자들이 너무 많아 아예 선거사무원 한 명이 안내 업무를 전담했다.

오전부터 쏟아지는 유권자들로 투표소 앞엔 긴 줄이 생겼지만, 긴 줄을 기다린 끝에 다른 투표소로 돌아가야 하는 유권자도 계속 생겼다. 일부 유권자들은 화를 내며 “투표 하는데 뭘 와라 가라야?”라고 말하며 투표소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오랫동안 줄을 섰는데 옆 초등학교로 가야한다는 얘기를 들은 송지선(76ㆍ여) 씨는 “저번에는 여기에서 투표했던 것 같은데, 오늘 와서 보니까 여기가 아니라 개원초등학교로 가라고 한다. 제대로 알려줬으면 이런 헛수고를 하지 않았을 텐데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안내 업무를 전담하는 선거사무원 손상철(56) 씨는 “이 동네는 일괄적으로 구획을 나눈 것이 아니라 통으로 구획을 나눴다. 게시판에 붙은 투표소 구분도 통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까 실제 주민들이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며 “오전에도 많았는데 오후까지 잘못 찾아온 유권자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주민 센터 게시판에 부착된 투표소 안내문은 동이나 건물 번호가 아닌 통을 기준으로 작성돼 있었다. 생소한 용어에 유권자들은 안내문을 보고 나서도 선거사무원에게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거사무원 이용봉(44) 씨는 “이런 일이 너무 많아 아파트 동을 다 외우고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며 “통으로 설명하면 나라도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헷갈린 유권자들로 인한 혼란은 개포동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신촌동4투표소와 신촌동5투표소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했다. 두 투표소가 같은 학교 안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부터 투표소를 잘못 찾은 유권자들로 창서초등학교는 하루 종일 어수선한 상태였다.

안경선 투표관리관은 “신촌동4투표소와 신촌동5투표소가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는데 여기서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오전에도 그렇고 신촌동5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는 사람이 신촌동4투표소에서 줄이 서있는 경우가 계속 생겼다”고 했다.

신촌동5투표소의 경우 잘못 줄을 선 사람들까지 합쳐 대기 인원이 70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긴 대기시간을 기다리다 못한 일부 유권자들이 짜증을 내며 소란을 피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랫동안 대기한 끝에 투표를 마칠 수 있었던 임모(37ㆍ여) 씨는 “신촌동5투표소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다려서 일부 노인들은 짜증을 냈다. 두 개 투표소가 한 건물 안에 있으니 젊은 나도 헷갈린다”며 투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osyoo@heraldcorp.com

<사진설명>서울 강남구 개포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개포동 제1투표소. 선거사무원이 투표소를 잘못 찾아오는 유권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다(위). 주민센터 게시판에 마련된 투표소 안내문(아래). 다른 게시물과 뒤섞여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