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 도중에 아이 교실에 찾아 와서 피 묻은 토끼 인형을 주고 갔습니다. 합의를 안해주는 상황이었고요. 학교 CCTV 사각지대로 교실까지 들어와서 삼촌이라면서 주고 간 겁니다. 문 살짝 열어서 앞에 있는 학생한테 이거 누구 줘라 그러면서 상자를 줬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피 묻은 토끼인형이 들어 있었어요.”
아동성폭력범죄의 피해자 가족 A 씨가 밝힌 보복 협박 범죄 사례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범죄 피해자 6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44명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19일 연구팀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들이 밝히는 보복범죄 위협은 이처럼 섬뜩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범죄 신고로 인해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자, 가해자나 그 가족이 자신에게 보복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 중 일부는 현실로 나타났다.
강력범죄 피해를 입은 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 피해자 B 씨는 병원에서 협박을 받았다.
B 씨는 “제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가해자 친구가 찾아와서, 합의를 안 봐주면 가만 안두겠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병원에 있는 게 두려울 수밖에 없죠”라고 했다.
이사를 했지만 가해자의 협박은 이어졌다.
B 씨는 “새로 이사 간 집으로 막 편지가 오는 거예요. 교도소에서 가해자 편지가 이렇게 오는데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한두 번이 아니고 세 통인가 그렇게 계속 왔었거든요. 자기가 왜 교도소 와 있는지를 모르겠고 내가 나가면 꼭 찾을 거다. 새로 이사간 집 주소를 알려줘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탄원을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저한테 안오고 아들 직장주소로 ‘니네 엄마 꼭 찾아볼 거다’며 편지를 보내는 거예요”라고 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같은 동네 사람인 경우 이같은 보복 우려는 더욱 강해진다. 실제 한 동네에 살고 있는 가해자 가족이 피해자 집으로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강력범죄 피해자 C 씨는 “가해자의 아빠가 술 먹고 와서 목을 졸랐어요. 경찰에 진술한 건 두 번째지만, 그것 외에 지금까지 실제로 한 건 네 번이예요. 접근금지 처분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나는 합의를 해줬는데도 목 조르고 술먹고 와서 다 때려죽인다고 하고 갔습니다”라고 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가해자가 전 배우자, 전 애인처럼 친밀한 관계인 경우 더 강해진다. 또 가정폭력이나 친족성폭력 같은 가족내 범죄피해자인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D 씨는 “옆집에서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는데 차마 문을 못 열어주겠더라고요. 남편을 잡아가게 했을 때 복수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했다.
어렵사리 가족내 범죄피해를 신고해도 보복폭행에 노출된다. 가해자가 구속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인 E 씨는 남편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눈 언저리가 찢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자녀들의 신고로 남편은 파출소에 갔지만 경찰관의 정강이를 발로 찬 행동에 대해서만 공무집행방해로 벌금 300만원이 나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남편이 식칼을 들이대는 등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자녀의 신고로 남편은 경찰서에 갔지만 조사를 받은 그날 밤 집으로 복귀했다.
김현일·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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