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조선ㆍ해양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에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자금지원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는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보면 아무래도 출자보다 대출이 부합한다”며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국책은행들에 ‘대출’을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고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을 다시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민간회사인 AIG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지원할 때도 출자보다 지원금 회수가 가능한 대출 방식을 주로 택했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의 ‘대출’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앞서 거론된 직접 출자와 다르다. 만약 자본확충펀드가 재등장한다면 법개정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직접출자보다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 한은이 산업은행에 출자하기 위해선 산은법의 개정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국회 동의를 얻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손실흡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선 단점으로 꼽힌다. 자본확충펀드는 국책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조건부 신종자본증권과 조건부 후순위채)를 매입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늘려준다. 하지만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비율을, 조건부 후순위채는 총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을 뿐 보통주 자본비율을 끌어올리진 못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III 규정에 따라 산은ㆍ수은을 포함한 모든 국내 은행들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매년 0.625%씩 자본보전완충자본을 보통주로 총 2.5% 쌓아야 한다. 이렇게되면 2019년 은행이 맞춰야 하는 보통주자본비율 최소치는 7%로 높아진다. 총자본비율 기준 최소치는 2019년에도 똑같이 8%이지만 자본구성에서 보통주 비중이 커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통상 조건부 신종자본은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에 한번씩 상환 옵션이 붙는 경우가 많고, 조건부 후순위채도 만기 10년의 장기채이긴 하나 상환 부담이 있다. 출자를 통한 보통주 자본비율을 높이는 것에 비해 한계가 있는 것이다.
2009년 당시 만들어진 자본확충펀드는 금융위기 직후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조성됐다. 한은이 10조원을 산은이 2조원을, 기관투자자가 8조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확약해 자본확충펀드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이 SPC가 시중은행의 자본성 증권을 매입해 은행의 BIS 비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20조 중 약 4조원이 집행됐다가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되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자본조달을 하기 어렵지 않게 돼 이듬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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