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중국기업 한국증시 상장 움직임 활발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차이나 트라우마’…일각선 의심섞인 시선 中 기업 “모실땐 언제고…”

[헤럴드경제=양영경ㆍ김지헌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 노크하는 중국기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불안한 중국증시 탓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국내 증권사들의 활발한 상장 유치전도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자기회 확대 측면에서 중국기업의 한국 진출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불성실한 공시 등 그간의 안좋은 선례를 생각하면 찜찜한 마음도 숨길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외국기업 상장 ‘봇물’…中기업 활기=한국거래소가 올해를 ‘IPO의 원년’으로 삼으면서 해외기업의 상장에도 불이 붙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ㆍ코스닥시장을 통틀어 150여개의 기업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기업의 상장도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2010년(7개)의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한국증시에 문을 두드리는 중국기업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11일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중국기업으로는 로스웰인터내셔널유한회사, 헝셩그룹, 금세기차륜제조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부품업체인 로스웰인터내셔널유한회사는 지난달 15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규정상 6개월 안에 상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 회사는 10월 전 증시에 발을 들여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애니메이션업체 헝셩그룹, 농업용 기계업체 금세기차륜제조도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아울러 플라스틱 제품제조업체인 그레이트리치과기유한공사, 유아용 화장품 생산업체 오가닉티코스메틱도 이달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중국기업의 국내 증시 입성은 지난 1월 합성운모업체인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크리스탈신소재)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재개됐다. 이는 지난 2011년6월 상장한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 이후 4년6개월 만이다.

최근 중국기업이 한국증시에 관심을 두게 된 데는 올들어 중국증시가 부진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이달 10일 2900선마저 내줬다. 지난 3월15일 기록했던 2819.79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기업 상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탈신소재의 경우 상장에 앞서 실사과정에만 2년 이상을 소요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이후 ‘차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사에 주력하는 한편, 상장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뒤 또 다른 중국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증권사들의 전략이다.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차이나 트라우마’=일각에서는 중국기업의 국내증시 입성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 입성한 중국기업에 수차례 ‘데인’ 경험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외국기업이 우리 증시에 발을 들인 이래 중국기업은 총 17개가 상장됐다가 7개가 상장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고한 경우는 드물었다.

고섬의 경우 지난 2011년 한국증시에 상장한 후 2달 만에 회계부정 적발로 거래가 정지됐고, 2013년 상장폐지됐다. 당시 투자자의 피해는 2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피해 손실과 관련된 소송전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상장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불안과 근심을 안겨준 기업도 있다.

중국원양자원은 상장 이후 5차례나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최대주주를 허위로 기재해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허위공시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 불이행으로 거래가 정지되면서 공분을 샀다.

이 외에도 차이나하오란, 글로벌에스엠 등은 공시 불이행ㆍ공시번복 등으로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애꿎은 中기업, 억울…‘모실 땐 언제고’=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를 진행 중인 일부 중국기업들은 ‘도매급’으로 찬밥 신세가 될까 노심초사 중이다. ‘중국 고섬사태’로 촉발된 중국기업에 대한 불신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한국증시에서 스스로 주저앉거나 이탈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주가가 상장 당시보다 낮아 유상증자를 할 형편이 안 되고, 자금조달도 원활하지 않다 보니 실적도 부진해지는 악순환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자진해 한국증시에서 발을 뺀 중국기업으로는 3노드디지탈, 코웰이홀딩스, 중국식품포장 등이 있다.

현재 웨이포트, 씨케이에이치, 차이나그레이트 등 중국기업 다수는 상장일 당일 주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변변한 리포트 한 장 나오지 않는 것도 이들 기업의 가련한 신세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최근 상장한 크리스탈신소재를 제외하고 최근 3개월간 중국기업에 대한 리포트는 전무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신다고 약속할 때는 언제고, 왔더니 푸대접만 하는 한국증시에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 외국기업이 있을 리 없다”며 “사후관리가 안 되는 외국기업의 경우 한국증시 상장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기회 확대’ 측면에서 외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은 피할 수 없는 시류라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미 국내기업들이 저성장 기조로 넘어간 상태에서 외국기업의 상장 필요성은 나날로 커지고 있다”며 “중국기업들의 투자자 보호 노력과 함께 증권사와 거래소의 ‘게이트키핑’(Gate Keeping) 능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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