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출입구 주변 금연구역 지정 하나마나 담배연기·미세먼지 폭탄에 비흡연자들 괴로움 호소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987년 담배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동시에 서울시가 지하철역 출구 10m 내 구역을 금연지역으로 지정한지 한달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출근길 역시 흡연자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로 지하철역 입구는 자욱했다. 최근 극성을 부리는 미세먼지와 겹치면서 비흡연자들은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 사당역 3번 출구 뒷편에는 양복을 입은 직장인 몇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 남성은 출구에서 나오자 마자 뒷편으로 향하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빠르게 한 모금을 들이키고는 남태령 방향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의 긴 줄에 합류했다. 담배를 피우자마자 줄을 서다 보니 담배 냄새를 인지한 주변 사람들은 눈총을 보냈다.
3번 출구 인근은 미세먼지와 섞인 담배 연기에 연신 기침을 해 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부 사람들은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기도 했고 흰 마스크를 쓴 사람도 보였다. 인근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인도에서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와 매연, 미세먼지의 3단 공격에 무차별 노출되고 있었다.
직장인 신모(29) 씨는 “이곳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10분 동안 입구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두명의 남성 때문에 힘들었다”며 “금연구역 표지도 있는데 이래도 되는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이 설치된 지 한달이 지나도록 지하철역 출입구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점을 잘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회사원 채동환(33) 씨는 “금연이라는 마크는 봤지만 지하철 입구 근처 10m 내가 금연으로 지정된 줄 미처 몰랐다”며 “꽉 막힌 지하철에서 힘들게 오다보니 담배 생각이 났는데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서서 피울수도 없어 여기서 피우게 됐다”며 겸연쩍어했다.
지하철을 나서면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도 많았다. 대학생 서기환(26) 씨는 “학교가 수원에 있어 지금 버스를 타면 한참을 가야 해 여기서 항상 미리 담배를 피웠다”며 “금연 표시가 있기는 한데 계속 여기서 피워왔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고 했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을 제공해주고 금연 구역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흡연자들의 반발도 컸다. 서 씨는 “이곳이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라 담배 피우기가 미안하기는 하지만 딱히 흡연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도 사실 아니냐”며 통행이 많은 곳일수록 흡연부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원 김정호(31) 씨 역시 “그나마 사람이 잘 안지나가는 곳인 것 같아서 출구 뒷편에서 피웠는데 이곳도 안되냐”고 반문하면서 “건대입구역처럼 흡연부스를 만들어주든가 해야지 지하철역 입구라고 무조건 흡연을 막으면 오히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피우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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