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 규제’ 15시간 토론 민주 머핏 의원에 공화 백기
“이 단상에 올라 2시간, 6시간, 14시간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데는 별다른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이 6살짜리 아이(호클리)의 팔을 감싸 안고 그의 죽음을 그저 받아들이는 대신 총격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데 오히려 용기가 필요하다” 미국 민주당의 크리스 머핏(코네티컷) 상원의원이 지난 2012년 12월 발생한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인 6살짜리 딜런 호클리의 사진을 걸어 놓고 한 말이다.
15시간 동안 이어진 머핏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공화당이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인 ‘올랜도 테러’를 계기로 민주당 측에서 발의한 ‘초당파적’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하기로 한 것. 법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지만 일단은 투표라는 1차 관문은 넘긴 셈이다.
머핏 의원은 총기규제 강화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1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21분부터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공화당으로부터 투표 방침을 확약받은 16일 오전 2시 11분에야 단상에서 내려왔다. 무려 14시간 50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것이다.
머핏 의원은 2012년 12월 발생한 코네티컷 주(州)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규제 강화 캠페인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그는 이날도 필리버스터 도중 당시 피해자인 6살짜리 딜런 호클리의 사진을 걸어 놓고 공화당에 대승적 차원의 협력을 격정적으로 호소했다.
그는 “제2의 샌디훅, 올랜도 참사를 막으려면 의회가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역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전염병적 총기 폭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법안에 이 한 주를 다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기규제에 강력히 반대해 온 공화당은 올랜도 테러 이후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는데다, 자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일부 인사들이 ‘테러리스트 총기구입 금지’ 등 부분적 규제 강화 필요성에 동조함에 따라 표결 방침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원에 계류된 총기규제 법안은 테러 감시명단에 오른 인물들의 총기구매를 금지하는 파인스타인 의원 법안과 총기박람회 및 인터넷 공간에서의 총기 거래 시 구매자의 신원을 의무적으로 조회하도록 하는 머피 의원 법안 2건이다. 머피 의원 법안에는 같은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뉴저지), 척 슈머(뉴욕)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공화당이 여론과 머피 의원의 필리버스터에 밀려 표결에 동의하긴 했지만, 법안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일단 표결에 앞서 자당의 독자적인 총기규제 수정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양당이 절충안을 마련한 뒤 이를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미 언론은 전망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머피 의원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민주당이 상원 본회의장을 ‘캠페인 스튜디오’로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아무튼 이제는 민주당이 (공화당의) 진정한 해법 마련 노력에 동참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상원 ‘넘버 2’인 존 코닌(텍사스) 원내총무 법안을 지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코닌 의원 법안은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총기를 구매할 경우 법무당국에 신원조회 및 승인 여부를 위한 72시간의 검토 시간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있다.
한편, NBC 방송에 따르면 머피 의원의 필리버스터 시간은 1900년대 이후 아홉번째로 길었다. 연방 상원에서는 1957년 스트롬 서몬드(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민권법 저지를 목적으로 24시간 18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이어간 것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다.
김성훈 기자/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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