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체류여건 개선 못한 속사정
“내 딸이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는데 잠자리 편하다고 쿨쿨 잘 처지인가요? 내 딸내미 찾아서 올라가지 않는 한 두발 쭉 뻗고 못 자요. 나도 그렇고 집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은 천장의 대형 조명이 24시간 켜져 있다. 가족들은 눈 위에 손수건 등을 얹어 잠을 청하지만 강한 빛 아래서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다.
진도군 팽목항의 경우 가족들이 머무르는 텐트는 모두 5동. 이동식 샤워장은 4개에 불과하다. 가족들은 고무매트 바닥에서 쪽잠을 자며 구조 소식을 기다리다 보니 탈진과 감기몸살 등 심신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6일째, 5월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가족별 개인 공간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사고 발생 닷새째인 지난달 20일이 돼서야 가족 체류여건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실 이것도 지난달 18일께 열악한 체육관 상황을 보다 못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생회 측에서 체육관 내 칸막이 설치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께 가족 대표들은 논의 끝에 칸막이 설치를 거부했다. 칸막이 도입은 가족간 소통을 막고 구조작업을 장기화하려는 정부의 속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 칸막이 설치를 제안했던 신화용(22) 서울대 미술대학 학생회장은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구조작업를 조속히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칸막이 설치는 정부가 구조작업을 장기화하겠다는 의도라고 가족들은 의심했다”며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 가족들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가족들이 언제든지 요청하면 체육관 내 칸막이 설치나 인근 청소년수련원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다른 거주공간으로 이동을 요청한 가족은 한 사람도 없다. 가족들은 실종된 아이들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로 거처 이동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진도 체육관에서 만난 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는 “15일째 체육관에 있는데 불편하고 많이 힘들다”며 “그러나 불편한 것보다 얼른 아이가 나와야 한다. 수색에 진전이 없으니 그게 답답하다”고 울먹였다.
거처를 옮길 수 없다면 당장 체육관과 팽목항의 화장실ㆍ샤워장 부족 등 한정된 시설 해결이 시급하다. 아침마다 화장실은 가족, 취재진, 봉사자 등이 뒤엉켜 10여분 이상 줄을 서야 이용할 수 있다.
진도=민상식·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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