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많은 직장 여성들이 사표를 쓴다. 계속되는 야근과 회식, 주말 근무 때문이 아니다. “애 때문에 혼자 빠진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이를 악물고 버텨도, 그동안 엄마 없이 천덕꾸러기가 된 아이들까지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 어린이집은 이런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근로시간과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직장어린이집은 육아 부담을 상당히 완화해 준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대상 사업장은 전국 1074곳.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지만, 전체의 49.7%만 이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단독 설치가 곤란하면 타 사업주와 공동으로 설치운영해도 되고, 지역 어린이집에 위탁하거나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해도 되는데 이조차 외면한 기업들이 18.3%에 달한다.

KB국민카드와 효성, 교보증권, 대우인터내셔널, 넥센타이어, 한진중공업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여성 직원들의 아우성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돈이 없어서’라고 한다. 일부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결국 부지를 임대할 돈이 없거나 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서울 공덕동에 16층 사옥을 소유한 효성그룹은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울산공장과 창원공장에도 ‘장소가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긴 교보증권은 아예 “돈이 없다”고 했다. 보육대상 영유아 수가 189명에 이르는데도 “자체 조사 결과 보육 수요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이유를 댄다.

그러나 올해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국회가 지난달 29일 기업의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조치”라며 반발했던 재계는 직장어린이집 외면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김윤희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