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버스 5대에 나눠타고 출발 티셔츠·보드에 각자 바람 적어 “유족 위로…정부에 할말도 할것”
단원고 유가족 160여명이 다시 팽목항으로 향했다. 아직 바다에서 아이를 건져내지 못한 남겨진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서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6일째인 1일 오전 9시 안산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의 유가족 주차장. 바로 앞에 정부합동분향소가 보이는 이곳에서 160명이 넘는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은 40인승 대형버스 5대에 나눠타고 팽목항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이날만큼은 아들과 딸의 영정과 위패를 잠시 뒤로 하고, 같은 슬픔에 잠겨 있을 진도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을 만나려고 5시간이 넘는 길을 다시 떠났다.
한 학부모는 팽목항으로 내려가는 이유에 대해 “저 밑에 있는 사람들이 하루빨리 아이를 찾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밑에 있는 사람들은 소수,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수가 됐다”며 “다 같이 내려가서 힘을 모아 싸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싸워서 정부가 빨리 구조작업을 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오늘은 진도에 계신 분들 위로차 가는 것”이라며 “그 분들이 마치 우리 안에 잡혀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밥 주면 먹고…”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박근혜 대통령 그 양반이 솔직히 한 게 뭐 있나. 책임자들이 문제가 있고 잘못했으면 다 자른다고 했는데 잘린 사람이 누가 있나. 굳이 지금 유병언 회장 관련 사안을 파헤치는 것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 대부분은 팽목항을 방문하고 당일 복귀 예정이지만, 정확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전했다.
이날 유가족 주차장에는 안산시청에서 제공한 40인승 대형버스 4대가 출발 1시간30분 전인 8시 10분께 도착했다. 15분께부터 유가족들이 한둘 씩 속속 모여들었다. 지원을 나온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은 유가족이 목을 축일 두유와 식혜, 생수 40병 등을 각 버스에 채워넣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당초 출발 시각인 9시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유가족들이 모여 준비된 4대의 대형버스가 꽉 차게 되자 유가족 측은 안산시청에 버스 1대를 추가로 요청했다.
유가족들은 팽목항으로 내려가는 동안 하얀색 티셔츠와 하얀색 보드에다 정부 측에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쓰기로 했다.
전날 저녁 유가족들은 모든 경비를 지원해주겠다는 안전행정부 측에 조속한 구조작업을 촉구하는 현수막과 어깨띠 등의 구입비용을 요청했다. 그러나 안행부 관계자는 시위용이 아니라는 유가족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위 용도로 사용할 우려가 있다”며 이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한 희생자 어머니는 “누구 욕한 것도 없고 유가족 입장에서 우러난 마음을 담은 글들인데 정부는 우리가 오늘 진도에 내려간다는 것과 연관지어 시위성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유가족이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인 8시10분께 경찰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주차장에 버스가 일렬로 서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몰래 찍고 홀연히 사라지는 일도 목격됐다.
이번 침몰 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영래 씨 역시 이날 팽목항으로 출발했다. 그는 출발 전날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고 해역에서 2㎞ 떨어진 오일펜스에 걸린 시신을 인양했다고 한다. 그럼 다른 시신도 유실됐을 확률이 큰 것 아닌가. 그 전에 나온 아이들이라면 안 걸리고 계속 바다를 떠도는 것 아닌가. 정부가 하는 일이 이렇다. 내가 그 부모 입장이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나. 나도 살 자신이 없는데. 나도 지금 딸내미가 하도 ‘엄마 아빠 언제 오세요’ 하니까 산다. ‘오빠 몫까지 아빠, 제가 더 열심히 살게요’ 하는 그런 애 놔두고 잘못될 수는 없으니까. 대한민국이란 나라, 힘없고 능력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정부 사람들 똑같이 하는 말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시신 수습 작업 할 때도 맨날 하는 말이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두 마디다. 이게 현실이다. 이 정부의 현실이다.”
안산=이지웅ㆍ김현일ㆍ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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