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서울교통공사 잇따라 태업 돌입

시민들 “1시간 먼저 나와 출근 해야”

노사 간 협상 결렬시 다음 달 총파업 예고

지하철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준법투쟁(태업)을 벌이고 있는 21일 오전 왕십리 경의중앙선에서 시민들이 내리고 있다. 김용재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5년째 한 번도 늦은적 없는데, 철도 노조의 태업 때문에 지각했네요.”

21일 왕십리 역사에서 만난 직장인 전모(32) 씨의 말이다. 지난 18일 태업을 시작한 전국철도노동조합에 이어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도 전날부터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하면서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노조의 동반 태업이 연이틀 이어지면서 오전 출근길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지각을 우려해 평소보다 집을 일찍 나왔음에도 지각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전 씨는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태업이라고 들었다”라며 “지금도 40분 늦었는데, 다른 지하철도 다 파업하면 대체 얼마나 일찍 나와서 출근해야 하는 것이냐”라며 혀를 찼다. 경의중앙선과 1호선 지하철 통해 매일 출퇴근하는 전 씨는 이날 40분 늦었다는 ‘전동열차 지연증명서’를 받아 직장을 향했다.

청량리역 1호선 플랫폼에서 만난 박선영(42) 씨는 “파업 첫날 30분 넘게 지각해서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먼저 나와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다른 동료들도 평소보다 다른 지하철도 더 늦게 오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라고 했다.

주요 환승역인 왕십리역에는 오전 8시가 넘어가자 시민들이 몰렸다. 혼잡도가 높아지면서 질서유지 요원들이 나섰지만,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 잡기도 힘든 모습이 계속 연출됐다.

‘철도 노동자 말에 귀 기울여달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노사교섭 관련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오전 대전역·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대전지역 노조원들이 사측에 원활한 노사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수인분당선을 타고 출근한다는 직장인 A씨는 “수인분당선 타고 왕십리에서 환승하고, 종로까지 가야 하는데 이틀 연속 늦을 것 같다”라며 “동료 중에 한명은 또 지각할까봐 숙박업소를 잡고 직장 인근에서 잤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유독 이번주에 열차에 사람이 많은 것 같더니 지하철이 곧 파업한다고 하더라”라며 “배차 간격도 더 길고, 지하철도 더 안 온다. 겨울만 되면 파업하는 거 같은데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코레일 노사 협상은 요원한 상황이다. 노사 모두 계속 협상하고 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12월 초로 예정된 파업예고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전환 ▷정부가 정한 기본급 2.5% 정액인상 ▷개통노선에 필요한 부족인력 충원 ▷공정한 승진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태업은 지난달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76.5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전날 새벽 첫차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수도권 전철 1750여 대 중 20분 이상 출발이 지연된 열차는 300여 대였다. 다만 20분 미만 지연 열차는 집계하지 않고 있다.

왕십리역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준법투쟁(태업)을 벌이고 있는 21일 오전 왕십리 수인분당선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용재 기자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도 준법투쟁(태업)을 시작하면서 일부 구간에서도 출근길 10분 정도 지연이 발생했다.

준법투쟁은 관행적인 정시 운행이 아닌 정차 시간을 준수하는 운행으로 일부 열차에서 운행 지연이 나타날 수 있다. 최대 30초로 규정된 정차시간을 꽉 채워 운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열차 운행이 차례대로 늦어지게 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전동차가 밀리더라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열차 운행이 차례대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그럼에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차 간격 유지에 힘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준법 운행 등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6일 총파업도 예고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차 운행을 평상시와 같이 총 3189회로 유지하기로 했다. 배차 간격도 평소와 동일하게 출근 시간대 2.5~4.5분, 퇴근 시간대 3~6분, 평시 5~9분을 유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