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경고 표지판 설치했지만, 눈길 주는 이 거의 없어
-이대로는 ‘스몸비(smombie)’ 막을 수 없다는 게 중론으로
-전문가들은 “사례 중심으로 경각심을 주는 게 더욱 효과적”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눈은 스마트폰 액정만 보고 있는데, 바닥 볼 겨를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눈에 띄진 않는데요. 단순히 표지판만 설치하는 건 세금 낭비 같아요.”
서울시가 주요 5개 구역을 선정,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경고하는 ‘교통 안전표지’와 ‘보도 부착물’을 시범 설치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 일대를 살펴봤지만 경고문을 보고 스마트폰을 멈추는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6일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걸어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교통안전표지를 강남역, 홍대 앞, 시청역 앞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설치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2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시청역. 빨간 테두리의 경고 표지판과 부착물이 민망하리만큼 시민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스몸비(smombie)’ 상태로 걸었다. 스몸비란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기기 액정을 보며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걷는 사람들을 뜻한다.
시청역 6~7번 출구에서 스마트폰을 쥔 채 신호를 기다리던 직장인 이정원(34ㆍ여) 씨는 “조그만 주의 부착물을 보고 먼저 든 생각이 ‘그래서 어쩌란거지?’였다”며 “저것이 세금으로 할 최선의 수단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폐지를 주우며 종일 근처를 돈다는 조남구(54) 씨는 “아까도 차에 부딪힐 뻔한 사람을 봤다”며 “표지판이 있건 없건 매일 1~2번씩은 그런 상황을 본다”고 혀를 찼다.
시청 뒤편. 무교로와 세종대로 20길이 맞물리는 횡단보도도 상황은 비슷했다. 몇몇 시민은 차가 다니는 빨간불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며 느릿느릿 걸었다.
표지판을 확인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엔 대부분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그제야 두리번거리곤 했다.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강남역. 빗방울이 굵어지는 날씨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테헤란로 4길 입구에선 양손에 각각 우산과 스마트폰을 들고 신호를 건너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보였다.
강남역 4번 출구 앞 횡단보도엔 특히 ‘정장 부대’가 남ㆍ녀 구분 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넜다.
근처 회사에서 프리랜서 일을 하는 정수안(40) 씨는 “계속 두면 효과야 있겠지만 금연 경고문같이 큰 변화를 이끌긴 힘들 것”이라며 “솔직히 스마트폰은 담배처럼 옆 사람에 피해 주는 게 아니니 표지판을 봐도 멈출 생각은 안든다”고 했다. 환경미화원 A 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땅바닥을 보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걸 유심히 볼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효과에 의심을 품기는 운전자도 마찬가지였다. 택시기사 박희성(58) 씨는 “1주일 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무수한 ‘스몸비’들을 봐야만 했다”고 했다. 박 씨는 “경고를 주기보단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을 갑, 차량을 을로 간주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또한 단순히 주의만 줘서는 시민 공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양원 영산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보행중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주의만 주는 건 지금 시대에 ‘말하지 말고 가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며 “전광판 등을 활용해 ‘오늘 스몸비 사망자 몇명’ 등의 사례로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홍보를 꾸준히 하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면서도 “도로, 교통 관련 제도는 정착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까진 스마트폰 주의와 관련한 표지판 50개와 부착물 250개를 시범 설치할 예정”이라며 “성과가 확인되면 정식 교통안전시설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경찰청과 검토하겠다”고 했다.
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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