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애플뮤직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저작권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도 계약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이하 음실련)는 지난주 애플뮤직과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밝혔다.

애플뮤직이 국내에서 음악 서비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음실련,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음악저작권 신탁 단체를 비롯해 로엔엔터테인먼트, KT뮤직, CJ E&M 등 유통사와 저작권 계약을 반드시 맺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사례가 가수, 연주자, 국악인, 성악가 등 약 1만5000여명의 국내 음악 실연자(實演者)의 저작인접권을 위탁 관리하는 ‘음실련’이 됐다.

음실련 관계자는 “애플뮤직과의 계약 체결에서 우선적으로 염두한 것은 음실련의 기본정신이다”라며 “권리자 때문에 음원 유통이 되지 않는 것은 시장에 악영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작자가 유통을 하겠다고 했을 때 웬만하면 허락을 하자는 것이 우선적으로 반영된 계약”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계약 내용이다. 음실련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뮤직의 계약 방식은 매출에 대한 일정 비율의 지급이나 가입자 한 사람당 가격을 매기는 것 중 금액이 더 큰 쪽으로 저작권자들에게 정산을 한다. 하지만 3개월의 무료 프로모션 기간엔 매출이 0원인 상태이니 “저작권자들에게는 손해가 큰 기간”이다. 음실련은 이에 “한 곡당 금액이 나가는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곡당 단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음실련 관계자는 “곡당 단가 등 구체적인 계약사항은 비밀 유지 사항이라 밝히기 어렵지만 당연히 국내에 비해 나쁜 조건이었다면 계약을 거부하지 않았겠냐”고 귀띔했다.

음실련에 이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도 애플뮤직과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조만간 애플뮤직과의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며 “차주 안으로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뮤직의 국내 상륙이 이르면 이달 안에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 때문에 나온다. 하지만 난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유통사업자와의 계약은 난항을 보이고 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유통사업자로서 계약을 진행 중인데, 국내 유통사업자의 징수 규정과는 다른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확인작업을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 음원사이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플뮤직의 경우 권리자에게 판매가를 기준으로 70%를 주고 있는 반면, 국내 사업자들은 정상가격에서 다운로드의 경우 60%, 스트리밍의 경우 70%를 주고 있다”라며 “할인을 적용하는 것은 판매자들의 마음이지만 창작자 등 권리자에게 지불할 때에는 반드시 정상가격에 대한 비율로 지급하는 것을 징수규정으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의 입장은 그러나 애플뮤직은 할인을 적용하든 하지 않든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정산하기 때문에 창작자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음원사이트 관계자는 “기존 징수규정이라는 강력한 룰 안에서 시장 발전을 도모해왔는데 애플뮤직이 예외조항을 틈타 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산 방식의 차이는 기존 사업자와의 불공정한 경쟁을 우려하고, 나아가 할인경쟁이 되면 창작자 역시 제 권리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리자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애플뮤직과 첫 계약을 성사한 음실련에 소속된 한 뮤지션은 ”기존 유통사 등 음악사업자가 가져가는 것이 너무 많아 권리자의 입장에선 불만이 많았다. 사업자와 권리자 간의 기존 질서를 흔드는 것은 우리의 입장에선 더 좋은 일”이라며 “음악 플랫폼이 많아져 노출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도 권리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국내 유료 음원 서비스 시장은 현재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독보적인 1위 업체 뒤로는 KT뮤직, 엠넷, 벅스 등의 음악서비스 업체들이 시장을 나눠가지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기존 시장이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겪지는 않으리라는 시각이 많다.

한 음악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멜론을 비롯한 기존 플랫폼은 국내시장에 맞게 잘 정착해왔다. 애플뮤직의 경우 후발주자에 해당한다”며 “사업자간 경쟁에선 그리 큰 구도 변화가 오리라고 예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의 경우 워낙에 로컬 시장이 강세를 보인다. 이미 멜론 벅스 등의 플랫폼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전세계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다”라며 “애플뮤직에 더 많은 해외 콘텐츠가 있기는 하나 한국의 경우 워낙에 로컬 콘텐츠가 강하다 보니 애플뮤직의 정착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혜성 충돌과 같은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다만 우려는 1위 사업자가 아닌 군소 사업자와의 경쟁이다. 특히 가격 ‘할인경쟁’이 도래할 경우 토종사업자의 기존 사용자 이탈이 음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음실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사용자가 너무 많이 이탈해 군소 사업자가 힘들어지면 기존 생태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며 “너무 강력한 몇 개의 플랫폼만 남아버리는 것 역시 생태계의 파괴다. 권리자들에게도 당연히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애플뮤직의 상륙은 벌써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사업자 사이에선 ‘강력한 룰’로 규정했던 사용료 정산 정책과 가격체계의 붕괴가 거론되고, 권리자의 입장에선 기존 플랫폼과의 열악한 계약조건을 타계할 변수나 글로벌 음원 유통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친다. 소비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대가 되는 부분은 애플의 충성도를 가진 유저 중 유료 음악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이 새로운 음악서비스로 신규유입되면 음악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라며 특히 “외국곡을 듣던 유저들이 애플뮤직으로 유입돼 국내 음악을 접하게 되는 등 음악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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