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두 번째 표결에서 尹탄핵 가결 관철
탄핵심판 결과따라 조기대선 대비 필요해져
이재명 “위기의 국가경제 빨리 회복시켜야”
민주당 내부 ‘언행주의’ 당부도 계속 이어져
원내1당 책임 시험대…李 대선플랜 ‘신중모드’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관철시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 직무를 즉각 정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탄핵소추를 추진했고, 두 번째 국회 본회의 표결 만에 탄핵소추안 통과를 주도했다. 원내1당이자 제1야당으로서의 ‘의회 권력’을 선명하게 보인 것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열리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구체적인 대선 준비 작업 구상이 필요해졌다. 비상계엄 사태 후 경제와 민생 문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여름 자신이 당대표 연임에 나서면서 던졌던 ‘먹사니즘(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부각하면서 ‘확실한 수권 능력’을 제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앞으로 더 표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일단 윤 대통령의 직무만 정지시켰을 뿐 향후 탄핵심판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다, 탄핵소추안 통과가 그대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나 이 대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이유에서다. 오히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원내1당인 민주당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이재명 대표가 간단히 말씀했는데 요지는 ‘승리는 아니다’(라는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가 대응해야 할 갈등 상황 이어질 수 있고, 책임감 있고 신뢰를 주는 당과 국회 모습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긴 했지만 단순히 승리감에 도취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보좌진과 당직자들에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감사를 전하면서 “이제 작은 산을 하나 넘었다”며 “내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나서 도탄에 빠진 국민 삶을 보듬고, 위기의 국가경제를 하루빨리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표결 전부터 강조해온 ‘언행유의’ 당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날(13일)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탄핵 표결 전후 구성원들이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를 견지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전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면서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해석됐다.
이날 오후 의총에서도 다시금 이 같은 부분이 강조됐다고 한다. 노 원내대변인은 “(언행유의는 원내에서)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경거망동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계속해 강조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표정관리’는 향후 정국을 고려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일단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긴 했지만 정국 난맥상과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책임’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2027년이 아닌 내년에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깊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심판에서 만일 윤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하게 되면 윤 대통령이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진다.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법이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다, 역대 두 차례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기간을 감안할 때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은 아무리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그 어떤 접수 사건보다 빠르게 심리를 진행해왔다.
민주당은 직전 대선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패배한 것을 두고 두고 곱씹고 있다. ‘석패’할 수 있는 요인을 줄여 다음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나서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세제 문제 개선을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중도층 잡기’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때문에 이 대표로서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만 만족할 수 없고, 결국 궁극적 목표인 대권을 향한 행보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로도 계속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탄핵심판에서 파면할지 여부를 따지게 되겠지만 그때부터 사실상 대선 레이스라고 봐야지 않나”라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더 경제와 민생 얘기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