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정신없던 12월이 있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나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발령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덕분에 비상계엄과 탄핵 이슈를 누구보다 빠르고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다. 훗날 라떼 시절을 회상하는 또 다른 무용담이 될 것 같다.
21세기 대한민국, 공히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나라에서 계엄의 시도와 이를 저지하는 대형 사건을 겪었다는 자체가 이 순간에도 믿기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요즘, 이런 난리 통에 드러난 리더의 처참하기만 한 민낯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 리더 대통령은 일단 논외로 하겠다. 구국의 심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그에 대해선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힘들다.
국정은 행정부와 여당이 주도권을 쥔다. 그래서 당정 협의는 늘 큰 뉴스가 된다. 이들은 대한민국호의 운전자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국무위원들과 여당 정치인들의 모습은 실망의 수준을 넘어 낙담하게 만든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총리와 장관들은 왜 계엄을 몸을 던져 막아내지 못했을까.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나 강력했기에 어쩔 수 없었을까. 계엄은 전시, 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에 대통령 등 국가원수 또는 행정수반이 군대를 민간 및 사법에 투입하는 조치다.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인 그들이 현 시국이 계엄 발동 상황이 아님을 모를 리 없다. 국무위원들이 무더기로 검찰과 국회에 불려 가 내놓는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여당의 한 핵심 중진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국회 경내가 모두 포위돼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했다. 계엄 해제 표결을 국민이 막아 참여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 말에 수긍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평소 개인적으로 리더를 두 유형으로 구분해 바라보곤 했다. 목적 달성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이들.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을 정립한 뒤 그 결과물로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이들로 나누곤 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명예욕, 권력욕, 금전욕 등이 강하게 표출되는 이들은 대체로 목적형 리더들에 가깝다. 그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그 목적을 이뤄내야 한다. 기질이다. 하지만 갈수록 존경받는 리더들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여전히 회자되는 리더들은 후자에 가깝다. 그들은 자신이 왜 리더의 자리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분명히 한 뒤 본인 만의 길을 걷는다.
낙선 없이 단 한 번의 선거로 이 나라 최고 리더의 자리에 오른 윤 대통령이 이런 가치와 철학을 정립할 시간이 충분했을까.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랐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리더들에게 묻고 싶다. 왜 지금 공직에 몸을 담고 있는가, 왜 정치를 하려 하는가. 적어도 리더라면 지금 이 ‘왜’라는 질문에 진심으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에 가슴 깊이 체화된 본인 만의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훗날 오늘의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또 겪게 될 게 분명하다.
2024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리더십의 실종 시대다. 새해를 맞이하는 게 두렵다. 부디 마음으로 존경할 수 있는 리더가 탄생했으면 한다. 간절한 마음이다.
정순식 사회부장 겸 전국부장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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