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가입 60돌…한국위원회 미녀 삼총사 김민아·이선경·김지현 씨

명동 CGV서 가톨릭회관까지 553m

세계 최초 ‘유네스코 길’ 명명

해외출장 다니는 한가한 파티걸?

몽골 국제회의땐 20시간 기차행 기본

문화유산 등재가 상주는 것도 아닌데…

홍보용으로만 이용할 땐 아쉬움도

명동에는 ‘유네스코 길’이 있다. 명동 CGV에서 명동 가톨릭회관까지 553m의 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명예도로명으로 붙인 것으로 유네스코가 거리 명칭으로 명명된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들어 특별한 이 길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0년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특별한 해였다.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한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이래 60주년을 맞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우리나라가 아직 전쟁 속에서 제대로 외교 활동을 하지 못했을 때 유엔과 통하는 유일한 창구 노릇을 했다. 유네스코는 교과서 인쇄공장을 만들어줬고 유력한 대외협력 창구이기도 했다.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달라졌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전 세계에 있는 유네스코 지역위원회 중 가장 큰 규모다.

94년 유네스코에 입사한 김민아 팀장은 “처음 입사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한국이 세계 11번째 공여국이에요. 한국에서의 사업도 늘어났고 기업들의 펀딩도 많이 늘었죠”라며 “한 해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많이 발전했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항상 용인 민속촌으로 외국 손님을 안내하곤 했어요.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창덕궁을 많이 안내하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10개에 이르게 된 만큼 보여줄 것도 많아진 거죠.”

폭설과 추위 속에서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분주했다. 유네스코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미녀 삼총사’의 도서관 회의를 잠시 옅봤다. 김민아 홍보출판팀 팀장, 이선경 국제협력팀 팀장, 김지현 세계 유산팀 사원은 각기 업무는 다르지만 친자매 못잖다. 이들은 민주적인 분위기에다 직원들끼리 매우 친하다고 한목소리로 조직 분위기를 전한다.

국제기구인 만큼 해외출장도 잦을 터. “국제기구라고 하면 우아하게 좋은 파티 다니고 관광 많이 하게 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해외 출장이 많기는 한데 선진국으로 가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국제회의 참석차 몽골에 간 적이 있어요. 어떤 장소로 가자고 해서 가까운 곳인 줄 알았는데 기차를 타고 쉬지도 않고 20시간이나 이동하더라고요. 그쪽 입장에서는 특별히 멀리 가는 일이 아니었던 거죠.” 이선경 팀장은 해외여행 기억을 전하며 환경 분야에서 일하는 팀은 더 혹독한 곳으로 가기 일쑤라고 말하며 웃는다. 김지현 씨도 거든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회의 때문에 브라질로 출장을 떠났어요. 등재를 위해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하다 보니 관광은커녕 숙소 밖 구경도 못했지요. 그 더운 곳에서 에어컨 바람에 오히려 감기에 걸렸으니 말 다했죠.” 스리랑카에서 한국 종이 보전 워크숍이 있어 재료를 택배로 부쳤다가 도착하지 않아 당황했던 일도 있었다.

유네스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어나는 해프닝도 많다.

“요즘에는 시험문제에 나왔다며 ○○문화재가 세계문화유산이 맞냐는 학생들과 부모들 전화를 많이 받아요. 그거면 좋게요. 최근에는 저희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피라미드와 같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에 대해서도 문의가 많이 와요.”(김지현). 심지어는 유네스코를 사칭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식품명에 유네스코가 지정했다는 문구를 넣는 경우도 있었어요. 실제 필리핀에서는 유네스코를 사칭한 사람이 스포츠 도구 원조를 한다고 후원을 받아 도망간 일도 있고요.”(김민아)

“이것도 관심이기는 한데…”라면서도 유네스코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리고 전하는 업무를 더 잘 수행해야 한다고 김 팀장은 말한다.

이선경 팀장은 유네스코를 홍보용으로만 인식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등은 다른 나라와 경쟁해서 상을 주는 개념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마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인양 지자체 등에서 이를 홍보용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유네스코는 인기 직업군에 들어있다. 김민아 팀장은 본인이 입사할 때만 해도 알음알음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300대1 가까운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생각하다가 들어와서 실망하고 적응하지 못하고 나간 경우도 있어요. 외국과 교류 외에도 소소하게 해야 하는 일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죠.”

김지현 씨는 “환상으로 접근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전문 분야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유네스코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턴십을 통해 이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m.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m.com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11년 비전

阿 풀뿌리교육 청년활동가 양성

김해·전주 등 창의도시 추진도

2010년 설립 60주년을 맞았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2011년 또 한 번 발돋움을 시도하고 있다.

아프리카 교육 지원을 위해 우리나라 청년 활동가를 보내는 아프리카 희망브릿지 사업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코자 하는 사업 중 하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지난해 아프리카 교육사업 지원을 위해 18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9월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소토, 르완다,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6개 국가 18개 지역으로 파견되어 2년간 아프리카의 풀뿌리 교육발전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들은 3차에 걸친 선발과정과 50일간의 훈련일정을 거쳐 9월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로 향했다. 지원을 받는 공여국 입장이었던 우리나라가 직접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가를 보내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특히 의미가 크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삼성전자, 한국국제협력단 등이 함께하는 민관협력사업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이 사업을 앞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다.

창의도시 네트워크도 관심이 큰 사업이다. 지난해 유네스코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디자인 분야로 서울시,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로 이천시가 지정됐다. 이를 필두로 김해시(디자인 분야), 전주시(미식 분야)가 창의도시 가입 신청서를 작성 중이며 부산 제주 고양 광주 등 많은 국내 지자체가 창의도시 가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1961년부터 출간해온 한국 관련 학술지인 ‘코리아저널(Korea Journal)’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대규모 학술대회도 중요 사업 중 하나다.

또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에 이어 새로운 문화재의 등재를 추진 중이다. 대목장, 매사냥이 2010년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세계 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교육 분야에서는 유엔이 촉구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 교육(ESD) 관련 사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화 기자/ sh9989@heraldm.com